작성일 : 20-02-04 10:39
미황사에서 만난 사람 1 - 주고만 보살님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18  

주고만 보살님.

 주고만 보살님. 올해 83세 된 미황사 인근에 사시는 노보살님이다.
말하지 않아도 이름 속에서 이 분의 삶이 읽힌다.
득남을 바랐던 부모는 딸을 그만(고만) 낳기를 소망하며 그리 이름 짓지 않았을까 싶다
.

 60살 된 큰 아들이 세 살 적부터 미황사 다녔다는 보살님.
아들만 5형제 두셨다는 보살님은 그저 아들들 잘 되기만 바라는 마음으로
평생을 사신 덕에 자식들이 그 마음 알아준다며 흐뭇해하신다. 
젊은 시절 큰 일 앞두고 늘 미황사에서 기도하셨던 보살님.
 이제 혼자서는 거동도 불편해져 어렵게 미황사 오셨다.
지팡이에 의지해 겨우 움직이는 검불같이 야윈 모습이 안쓰럽다.
거의 1년만의 방문이다.
불편한 몸으로나마 절에 올 수 있으니 복 탄 날이라며 좋아라 하신다.
당신을 챙겨주는 최영진 보살님 덕으로 돌린다.
두 분의 묵은 정이 정겹다.

 몸이 불편해 예불에 열심히 동참하지 못해 아쉽다던 보살님은
다른 전각을 둘러보셔야겠단다.
그런데 높은 돌계단을 딛고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자식의 안녕을 바라며 찾는 전각인 삼성각만큼은 꼭 들르시고 싶은 눈치다.
그러나 한 계단 내딛기도 힘든 상황이라 금세 포기하시고 
삼성각을 향해 온 몸 숙여 마음을 전한다.
그 모습 숙연하다.
거룩하다.
노보살의 굽은 등 뒤에서 자애로운 불성을 본다.
 “놈 힘들게 안허고 편히 가게 해주씨요. 인자 그것밖에 바라는 게 없소야.”
혼잣말인 듯 중얼거리는 보살님의 말이 들려왔다.
 “나처럼 인중이 길먼 명이 길다고 항께 그것이 꺽정이오.”

 미황사를 큰집으로 생각하고 오시는 보물같은 노 보살님들.
절에 오면 다른 사람들 힘들게 해 미안하다는 말씀일랑 마시고
오래오래 뵐 수 있으면 좋겠다.
오시는 것만으로 큰 울림이 된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434 560 863,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