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2-11 08:17
참사람의 향기를 맡으시러 미황사로 오십시요- 2011년 경향신문
 글쓴이 : 다경
조회 : 641  
[문화 프런티어](17) 해남 미황사 주지 금 강 스님
미황사(해남) | 도재기 기자

ㆍ‘열린 사찰’서 누구나 참사람 향 맡으시라

금강 스님이 미황사 대웅전 마당에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황사(해남) | 김세구 선임기자 k39@kyunghyang.com

 

해마다 약 10만여명이 미황사를 찾는다. 템플스테이 등 사찰 내 수행프로그램에 참가해 몸과 마음을 기대는 사람들만 해도 국내외에서 연 5000명이 넘게 찾아온다. 가을날 열리는 괘불재에는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이 기꺼이 나서고, 2000여명이나 경내를 가득 채운다.

 
 
각 분야 문화예술인들도 미황사를 찾아와 자신의 창작 작업에 몰입한다. 방학 때 진행되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한문학당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해야 하고, 기초적인 수행프로그램을 거친 일반인들은 좀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다며 다시 이 절을 찾는다. 미황사와 한번 인연을 맺은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주지 스님의 법문을 듣고 싶다며 요청, 서울에서는 매월 한번씩 법회가 마련되기도 한다.

규모가 크거나,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인근의 사찰 이야기가 아니다. 자칭 타칭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로 불리는 미황사(전남 해남군 송지면 서정리) 이야기다. 서울에서 가려면 자동차로 적어도 5~6시간 달려야 하는 곳이 미황사다. 어쩌면 불편하기 그지없는 산중사찰에 왜 사람들이 모여들까.

그곳에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46)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주지를 맡고 있는 금강 스님은 미황사가 스님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산중사찰들은 우리 사회의 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1000년 넘게 생명존중 문화가 내려오고, 지혜를 향해 늘 수행하는 곳, 우리의 정신문화를 고양시키는 공간이 바로 사찰이죠. 또 사찰에는 역사 깊은 수행방법, 그 수행방법을 터득하고 깨친 스님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산중사찰이 스님들 중심으로 돼 있다는 겁니다.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죠. 정신적·육체적으로 피곤한 이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야 하고, 참진리를 찾으려는 이들과는 함께 수행을 해야 합니다. 또 그칠 줄 모르는 욕망과 물질주의에 매몰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파편화되는 사회 속에서 지역공동체성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요.”

스님이 주지를 맡으면서 했던 첫번째 일은 한문학당 개설이었다. 초등 4~6년을 대상으로 방학 기간의 7박8일 동안 한문과 다도, 명상, 탁본체험 등을 하게 했다. “초등학교 시절은 인생에 가장 기본을 쌓는 시기이고 스펀지처럼 모든 걸 받아들이는 시기죠. 역사적 공간에 머무르면서 산과 어울리게 하고, 선풍기나 에어컨보다 산속 바람이 더 시원하고, 저녁노을이 예쁘고, 새들의 지저귐이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그저 느끼게 해주고 싶었죠.” 그 사이 1100여명의 아이들이 학당을 거쳐갔고, 초창기 아이들은 대학생이 돼 자원봉사자로 오기도 한다.

스님은 “좋은 것을 나누고 싶어 시작한 일”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역시 불교계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산사음악회도 마찬가지다. “가을이면 노을이 아주 예뻐요. 별들도 초롱초롱하고. 이 좋은 풍경을 나 혼자 즐기기 아까운 거죠. 대웅전 마당에 작은 음악회를 열어 지역 주민들, 아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음악회를 시작했죠.” 반응은 예상을 넘어섰다. 스님은 지역 주민들이야말로 절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스님은 마을의 온갖 행사에 기꺼이 나서고, 주민들도 사찰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사찰과 주민 사이에 그런 신뢰가 쌓여 폐교 위기에 처한 인근 서정분교를 되살려냈다. 학생이 5명이던 학교에 인근 지역 학생들까지 전학을 와 이제는 학생수가 60명에 이른다.

산사음악회 직전 여는 괘불재도 유명하다. 미황사가 소장한 괘불을 대웅전 마당에 내걸고 한바탕 대동제를 벌인다. 지역민들은 1년 동안 농사지은 것의 일부를 공양물로 올린다. 논문과 책, 새 가족사진 등 누구나 자신이 1년 동안 이룩한 것을 선보이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감사하고, 자신의 일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자리입니다.” 괘불재는 ‘열린 사찰’을 강조하는 금강 스님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02년부터 시작한 템플스테이도 마찬가지다. “템플스테이는 거창한 게 아닙니다. 사찰에 머물면서 한번쯤 자신의 삶, 생각을 가다듬는 것이죠.” 초창기만 해도 “땅끝마을까지 누가 가느냐”며 부정적 의견이 많았지만 지금은 연 5000여명이 찾아온다. 이제는 알리지 않아도 365일 연중 국내외 사람들이 찾아온다.

스님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집중적인 참선 수행프로그램인 ‘참사람의 향기’다. 2005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이 7박8일 동안 단기출가해 수행한다. 이미 57번째 회차를 맞았다.

“템플스테이를 온 분들이 좀더 공부하고 수행하고 싶다는 요구가 많았어요. 저도 평소 생각한 것인데다 공부를 많이 하게 돼 시작했죠. 가르친다기보다 햇살이나 바람이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듯이 저 또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조금 도움을 주는 것이죠. 진짜 공부는 자신이 하는 것 아닙니까?” ‘참사람의 향기’ 출신자들 일부는 재차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스님은 ‘참사람의 향기’보다 약간 수준이 높은 수행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단기출가가 아니라 10개월에 걸쳐 자신의 집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템플스테이가 많이 이뤄지지만 자칫하면 그저 또 다른 욕망충족, 소비의 하나가 됩니다. 단순 체험에만 그친다면 의미가 적죠. 삶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좀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미황사는 이제 산중사찰의 전형이 됐다. 스님은 “종교는 세상 사람들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며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수행하는 것이 종교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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