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2-11 08:19
땅끝마을 아름다운절 -연합뉴스
 글쓴이 : 다경
조회 : 592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주지스님의 10년

해남 미황사 금강스님 책 출간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한국 땅에 살면서 출가 수행자의 길을 걷는 나에게는 늘 근본적인 의무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좋은 절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사람들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지요."

전남 해남 땅끝마을의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이런 의무감이 늘 자신을 따라다니는 화두이며, 자신의 행동을 규정하는 잣대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2000년부터 미황사 주지로 살아온 금강스님이 주지 10년을 맞아 펴낸 책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불광출판사)은 폐사에 가까웠던 절 미황사를 세상과 호흡하는 생동감 있는 절로 탈바꿈시킨 스님의 24시간, 365일을 소개한 책이다.

지난 18일 만난 금강스님은 "미황사 인근에 사는 마을 주민들과, 전국 방방곡곡과 외국에서 미황사를 찾는 외부인들이 미황사의 오늘을 이끄는 두개의 축"이라고 설명했다.

금강스님은 주지로 부임하자마자 어린이 한문학당을 열었으며, 2002년 월드컵 때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조계종 포교원이 처음 모집한 템플스테이 사찰 공모에 지원했다.

"월드컵 경기장이나 서울과도 멀었던 미황사가 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원했을 때 다들 터무니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까지 오는 외국인들에게는 서울과 거리가 먼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맞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미황사의 템플스테이에는 2009년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 인근 전라도 지역 백양사, 화엄사, 송광사는 물론 미황사의 본사인 대흥사도 템플스테이 인원이 2천-3천명에 머무르는 것에 비하면 대단한 숫자다. 미황사의 여름 어린이 한문학당, 7박8일 수행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도 스님과 일반인이 함께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별로 잘해 드리는 것도 없는데 주지 스님에게 차 한잔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입소문이 났나 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에 마시는 차가 50잔이 넘을 때가 많습니다. 살갗을 찌르면 푸른 찻물이 나올 겁니다. 하하"

금강스님은 외부인들에 의해 미황사의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미황사의 진정한 주인은 주변마을 사람이라고 말한다.

미황사의 산사 음악회에서는 귀동냥으로 배운 가락을 들려주다 팬클럽까지 생긴 할아버지, 땅끝마을 읍내에서 전파사를 하다가 음악회 음향 담당이 된 사장님이 주인공이고, 여름에 열리는 괘불재에는 마을 사람이 농사지은 쌀이나 과일이 공양물로 오른다.

"처음 부임해서 꽁꽁 얼어붙은 섣달 그믐밤에 주민 300여명이 머리에 공양물을 이고 20리를 걸어 절로 찾아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새해 첫날을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고 떡국을 먹으며 시작하는 사람들의 정성은 단순한 기복(祈福) 차원을 벗어난 것이지요."

지금까지 교육과 문화활동을 통해 절의 이름을 알렸다면 앞으로 어떻게 이웃과 만나고 세상 속에서 역할을 해낼 것인가는 미황사를 비롯한 우리 산중 사찰들이 들어야 할 화두다.

금강스님은 8년 전 사하촌의 서정분교가 학생 수 5명으로 폐교 위기를 맞자 학부모와 교육청을 설득하고 모금에 나서 통학버스를 마련했고, 그 결과 오늘날 학생 60명 규모의 학교로 만들어냈다.

"부처님은 오래된 인도 땅에 계급의 차별이 없고 평등한 공동체를 '승가'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다. 나는 꿈을 꾸었다. 이곳에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보자고. 사는 사람들 스스로가 이곳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땅끝 농투성이들의 의지처가 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해하고, 멀리서 미황사라는 절 이름만 생각해도 삶의 활력소가 되는…(하략)"(머릿말 중에서)

chaehee@yna.co.kr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91 503 574,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