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2-16 21:16
스스로를 돌아 볼수 있는 곳
 글쓴이 : 다경
조회 : 778  

번잡스런 마음을 잡아보고자 알아본 '템플스테이'
그중에서도 해남에 있는 '미황사' 달마산을 등지고 남해 앞바다를 바라보는 풍광에
보고있으면 절로 수행이 될 정도로 장관이라고 합니다
한달에 한번 미황사에서 7박 8일간 진행되는 '참사랑의 향기'에 신청서를 내고 일주일 뒤
합격하였다는 전화를 받고
2주뒤 짐을 꾸려 해남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오랜만에 몇년전 사용하던 구형 아이리버를 가져가 봅니다
그때당시 즐겨듣던 노래가 그대로 담겨져 있었는데 오래전 음악을 들으니 예전 기억도 새록새록나고 좋았습니다
어떤 음악은
문득 기억하고 살지 못했던 과거의 그 어떤 일을 불현듯 생각나게 해주는 힘이 있나봅니다
게다가 이 구형 아이리버 안에는
저희집 둘째 밤식이가 한창 핸드폰 벨소리에 취해 노래부를때 녹음해둔것이 있어서 결코 버리거나 할 수 없습니다 ^^
제가 기능을 알면 언제 알아봐서 밤식이 노래하는 거 제대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산에서 강남으로
강남에서 광주로
광주에서 해남으로
해남에서 월송으로
월송에서 미황사로
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미황사로 도착하니 오후 2시 30분
대략 8시간에 걸쳐 겨우겨우 미황사에 도착합니다
원래는 7박 8일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바랬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중간에 나와야 한다고 하니
그럼 참석이 어렵다고 하셨는데
이왕 출발한거 절에 가서 주지스님이라도 뵙고 오면 마음이 좀 나아질까 싶어 꾸역꾸역 찾아간 미황사 


 


 


 

'쉿!! 묵언'
수행기간 내내 묵언을 해야하기에 미황사 초입과 대웅전 앞에는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주는 안내문이 있습니다
시끌시끌 이야기하며 올라오던 분들도 수행자들의 합장에 숙연해져 버립니다

안내데스크에 가니 직원분께서 일단 할 수 있는대까진 참선하고 가라는 주지스님의 허락이 있었다고 말씀해주십니다
못할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일정을 잠시 소개해드리자면
새벽 4시 기상및 아침 예불
5시 부터 6시 30분까지 좌선및 효소 마시기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아침공양 (죽)
7시 30분부터 8시까지 울력 (청소)
8시부터 9시까지 다도
9시부터 11시까지 좌선
11시부터 1시까지 점심공양 (발우)
1시부터 2시까지 자유행선
2시부터 3시까지 좌선
3시부터 5시까지 법문 공부
5시부터 6시까지 소임지청소 / 세탁
6시부터 7시까지 요가 (오후불식이나 당근쥬스)
7시부터 7시 30분까지 저녁 예불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좌선
9시부터 10시까지 수행문답
10시 취침

'참사랑의 향기' 프로그램은 순수하게 수행만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묵언을 해야하고 식사는 아침엔 죽, 점심은 발우공양, 저녁은 당근쥬스로 대체되면 자기전 생강차를 마십니다
하루 6시간 이상의 좌선을 해야하고 잠은 6시간 가량만 자야합니다
몸은 고되고 모든게 처음이라 하루는 굉장히 길게 느껴질 것이고 처음엔 좌선 시간이 피곤하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얻으려, 무언가를 찾으러 가시진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그곳에 버리러 갑니다
108배를 하루에 두번씩 해가며 저는 계속 저를 버리고 비워보려 노력했습니다
무얼더 채우는것이 아닌 버리기위해
이곳에선 온전히 비우기에만 몰두해 보았습니다
좌선중엔 무언가를 생각하는게 아니라 너무 많은 생각에 지쳐버린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그저 숨쉬는 스스로에게만 몰두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좋았습니다
첫 날 스님의 발길을 따라 네 시간에 걸쳐 달마산 이곳저곳을 장호흡하며 산책하는 길
좋은 자연의공기는 코로 마시고 내 안의 나쁜건 입으로 뱉어내는 호흡법덕에 그날저녁부터 참선시 호흡은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있는 내내 소리라고는 목탁과 새소리와 물소리와 바람소리뿐
밤과 새벽에 바라본 쏟아지던 별이 있던 하늘과 장관이었던 저녁의 노을
새벽 4시 기상은 힘들었으나 스님의 북소리는 제 심장을 때리고
연이어 퍼지는 종소리는 앉아있는 내내 스스로를 고요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람들의 욕심에 지치고
많은 소음에 지치고
잘못된 식상활에 노출된 저에게 이곳의 생활은 고된 수행이었으나 결국은 좋았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매연의 도시속에서 하늘이 있다는것도 그 하늘에 별이 있다는것도 잊고 살았던 저에게
참으로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몇일간의 수행을 맞치고 아쉽게 돌아서는 평일 오전
일기예보에선 비가 올거라더니 하늘이 잔뜩 가라앉아있고 바람도 불고 기온도 차갑습니다 


 

사진에 잠시 보이는 뒷모습의 정체는
독일에서 온 '다니엘'
친구 '레이나'와 함께 독일에서 한국의 건축물에 대한 논문준비로 자료 조사차 왔다가 1박 2일의 템플스테이 체험을 끝내고
저와 함께 광주까지 함께 동행하였습니다
다니엘은 어머니가 한국분이고 10년동안 일년에 한번씩은 꼬박꼬박 한국에 나와주어서 그런지
웬만한 한국말은 다 알아듣고 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독일사람은 아침을 꼭 빵으로 먹는데 자기는 밥이더 좋더라는 한국 식성의 다니엘
좋은 기억으로 '미황사'를 기억하기 바랍니다 


 

1층은 숙소이고
2층은 법문공부와 좌선과 발우공양을 하며 주로 지내던 곳입니다
저 창밖으로 멀리 보이던 해남 바닷가의 풍경은 잊을 수 없을듯 합니다 


 


 

도망치듯 매달리듯 달려간 해남에서 결국 아무것도 해결된 일 없이 돌아오긴 했습니다만....
더 이상 문제를 피하지만은 않을거라는 마음가짐은 먹고 돌아옵니다
내가 더 강해지는 곳
주변엔 온통 자연뿐인 곳
1년에 단 8일 나만을 위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곳

사는대로 생각해버리는 분들께 생각하는대로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 미황사의 '템플스테이'를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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