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12-17 16:40
[한겨례 신문] 한반도 남쪽끝 ‘달마산’ 마지막 가을불꽃이 탄다
 글쓴이 : 이병학
조회 : 2,007  

# 한겨레신문 11월 14일 문화면 기사..

한반도 남쪽끝 ‘달마산’ 마지막 가을불꽃이 탄다

가을은 이제 가버렸나. 그렇지 않다.
가을은 지금 한반도 남쪽 끄트머리 달마산에 머물고 있다.
달마산 첩첩 바위봉우리들은 매서운 바닷바람에 씻겨 이마가 서늘하지만,
그 품속에선 이 가을 마지막 불꽃들이 환히 타오르고 있다.
천년고찰 미황사 대웅전 지붕 처마 끝이나
부도밭 담장에 드리운 붉디붉은 단풍잎들은 이곳이 한반도 최남단 땅임을 실감케 해준다.

전남 해남은 수도권에서 가자면 꽤 먼 거리.
그러나 늦가을 정취가 아니더라도 고금을 망라한 푸짐한 볼거리들로
먼 여정의 피곤함마저 상쇄될 만한 곳이다.

산행의 묘미 두루 갖춘 아름다운 바위산 달마산은
‘등산’을 할 만한 산으로서는 한반도 육지 최남단의 산.
가장 늦게까지 가을빛을 간직한다는 수려한 바위산이다.
여느 해 같으면 12월 초까지도 늦가을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설악산 바위능선들에 견줄 만한 빼어난 산세와 위용을 가졌으면서도,
실제로 산을 타 보면 큰 어려움 없이 산행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억새풀 우거진 완만한 산자락과 적당히 땀이 나는 아기자기한 암릉들,
밧줄에 매달리다시피하며 오르는 바위절벽 등을 두루 갖췄다.
최고봉 높이가 489m에 불과하지만,
멀리서 보면 설악산의 공룡능선이나 용아장성의 암봉행렬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장쾌한 바위능선을 자랑한다.
북에서 남으로 12㎞를, 병풍을 친 듯 휘달리는 바위봉우리들은
하나하나가 부처인 양 독특한 형상을 뽐내며 등산객들을 반긴다.

달마산 서쪽 능선에 자리잡은 미황사는
두륜산 대둔사(대흥사)의 말사. 신라 경덕왕때 세운 절이다.
미황사의 백미는 대웅전(보물947호)이다.
영조 때 중건한 건물.
단청을 하지 않아 고색창연한 옛 분위기가 살아 있는 대웅전 뒤로
불끈 솟구쳐오른 암봉들이 이 절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
대웅전 뒤에 또하나의 거대한 대웅전이 자리잡은 형상이다.
그래서 “미황사는 두개의 대웅전을 가졌다”는 말도 나왔다.
대웅전 기둥 주춧돌에 양각된 게·문어·물고기 등이 특이하다.
불교와 민간신앙이 접목된 흔적이라 한다.
법당 안에는 기우제 때 효험을 발휘한다는,
1727년 제작된 대형 괘불(탱화 걸개그림)이 모셔져 있다.
한때는 40여명의 스님이 머물렀고,
도솔암·문수암 등 12개의 부속암자를 거느린 융성한 절이었다 하나,
지금은 스님 세명이 지키는 아담한 절이 됐다.

능선 좌우로 펼쳐진 다도해의 섬들 산행은 미황사에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면서
부담이 적은 코스다.
주차장 왼쪽 화장실 옆으로 산길이 있다.
시누대 우거진 숲길이 이어진 뒤 산은 점점 가팔라진다.
줄을 잡고 바윗길을 밟아올라 능선에 올라서면,
발 아래 은은한 가을빛으로 물든 산자락의 미황사가 아득히 내려다보이고,
눈을 들면 진도쪽 남해바다의 수많은 섬들이 펼쳐진다.
그 사이에 이른바 땅끝마을과 어란포구, 거울같은 저수지들이 그림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능선 너머 바위벽을 타고 내려가 밧줄을 잡고 왼쪽 바위절벽을 오르면
북쪽 능선으로 올라탈 수 있다.
능선 북쪽에 바라다보이는 돌무덕기 쌓인 봉우리가 최고봉인 불선봉(불썬봉).
왜적 침입 때 불을 피웠던 봉화대의 하나다.
여기서 북쪽 능선인 관음봉 너머 멀리 두륜산 산줄기가,
동과 서로는 완도·보길도·진도 등 다도해의 무수한 섬떼가 일목요연하게 잡힌다.
미황사에서 이곳까지 40여분 거리.
하산길은 남쪽으로 능선을 1시간쯤 탄 뒤 부도밭 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할 만하다.
밧줄 잡고 올라온 곳에서 왼쪽으로 내려서 바위옆을 오르면
문바위로 불리는 비좁은 바위틈을 통과한 뒤 철계단을 올라 남쪽 능선을 타게 된다.
능선 바윗길과 능선 밑 노랗게 물든 잡목숲길을 번갈아 오르내리며 가는 길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바위산을 타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듬뿍 안겨준다.
능선에 올라설 때마다 거센 바람속에 좌우로 펼쳐진 남해바다 풍경이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꼭 문처럼 생긴 또하나의 문바위를 통과하면 낙엽깔린 작은 평지.
더 가면 금빛으로 빛나는 약수가 솟는다는 금샘과 떡봉 지나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부도밭이다.
갈참나무와 시누대 우거진 완만한 산길을 15분쯤 내려오면 부도밭이 나온다.
미황사의 옛 융성기를 추측하게 해주는 부도 20여기가 모여 있다.

●해남일대 볼거리들

해남읍 서쪽 고천암호에 가면 드넓은 갈대밭과 함께 철새떼를 만나볼 수 있다.
방조제에서부터 수로 주변 일대가 온통 갈대숲으로 덮여 장관을 이룬다.
이미 가창오리 등 수천마리 철새들이 몰려와 터를 잡고 있다.
12월 무렵부터는 그 숫자가 최대 수십만마리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고천암호 둘레의 도로가 복잡다기하고 표지판마저 없어 길을 잃기 쉽다.
군청이 길안내 표지판을 세우기 전까지는 문화관광과에 문의해 설명을 듣고 가는 게 좋겠다.

해남은 조선 시가문학의 대가 고산 윤선도의 고장이다.
해남읍 연동리의 녹우당은 고산이 말년을 보낸 곳이다.
효종이 자신의 스승이었던 고산에게 하사했던 수원의 집을
고산이 82살 되던 1669년 사랑채만을 분해해 뱃길로 해남까지 옮겨와 다시 지은 집이라고 한다. 지금 기둥 교체공사중이어서 내부를 살펴볼 수 없어 아쉽지만
옆의 고산유물관에 들르면 고산 집안의 유물들을 진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보물로 지정된 금쇄동기(고산이 금쇄동에 머물며 쓴 글)·노비문권·
윤두서(고산의 증손자)자화상 등과
고산의 친필 가사집, 과거시험 답안지, 각종 벼슬 임명장 등을 볼 수 있다.
땅끝마을에서 배를 타고 보길도에 가면
고산의 유적지 부용동 정원의 낙서재·세연정 등을 둘러볼 수 있다.
화려한 정원에서 고산을 비롯한 양반들이 유유자적하던 이면에
당시 서민들의 땀과 고통이 짙게 드리워 있음은 물론이다.
이밖에 두륜산 중턱의 백제시대 절 대둔사(대흥사)와
대둔사의 13대 대종사이자 `다성`으로 불리는 초의선사가 머물던 일지암,
황산면 우항리의 공룡 발자국 화석지,
문내면 우수영 명량대첩지 등에도 들러볼 만하다.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221~3.


●등산 코스

간편하게 산행을 마치려면 미황사에서 불선봉까지 오르내리면 되지만,
암릉을 타는 묘미를 제대로 맛보려면
북쪽 송촌리에서 시작해 관음봉~바람재~불선봉 거쳐 미황사로 내려오거나(3시간),
미황사에서 올라
문바위~떡봉~도솔암터~도솔봉 거쳐 마봉리로 내려오는 코스(4시간)를 택한다.
종주 코스는 6~7시간을 잡으면 된다.
남쪽 마봉리에서 도솔봉까지는 시멘트포장이 돼 있어 차로 올라갈 수 있다.
도솔봉 부근에서도 다도해의 조망이 좋다.
달마산에는 작은금샘(불선봉 부근)·큰금샘(부도밭쪽에서 올라
능선에서 도솔봉쪽으로 100m 동쪽 사면)·용담샘(도솔암터 부근) 등 샘터가 있다.

●<가는길>

* 서울역에서 목포까지 열차(하루 12회)로 간 뒤
완도행 직행버스(하루 10회)를 타고 해남읍 지나 월송리에 서 내려
군내버스를 타거나 택시(6000원)로 미황사까지 간다.

*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로 광주까지 간뒤
40분간격으로 있는 해남 경유 직행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로 목포까지 간 뒤 해남 거쳐 13번 국도 타고
월송리에서 땅끝마을 쪽으로 우회전해 서정리에서 좌회전, 미황사로 들어간다.

해남/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출처: 한계레신문 11월 14일 문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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