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3-15 11:55
남도의 금강산 두개의 보석을 품다 -한국일보
 글쓴이 : 다경
조회 : 635  
봄이 왔을까 싶어 '땅끝' 해남 갔다가 멋진 암자를 만났다. 달마산 도솔봉에 있는 도솔암이다. 하늘 뚫을 듯 뾰족하게 솟은 암봉 사이에, 암자는 마치 제비집마냥 딱 붙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볼수록 기이했다. 암자 가는 길도 운치가 있고 암자에서 내려다 본 풍광도 일품이었다. 산 아래 미황사의 고즈넉한 정취는 기분 좋은 덤이다.

■ 하늘 맞닿은 도솔암

전남 해남의 달마산(489m)은 보는 이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산이다. 독특한 산세 때문에 그렇다. 정상부에 뾰족한 암봉들이 줄지어 있어 멀리서보면 마치 공룡의 등줄기를 닮았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능선의 폭이 좁고 경사가 아주 가파르게 느껴진다. 장쾌하다. 달마산 암봉들의 자태는 설악산이나 금강산의 그것과 비교되곤 한다.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달마산은 한반도 땅끝지맥의 마지막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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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남쪽 능선 끝 도솔봉에 도솔암이 있다. 도솔봉은 달마산 암봉들 중에서도 특히 풍광이 아름답다고 현지인들이 꼽는 곳이다. 도솔암의 규모는 다락방처럼 작지만 이 암자가 들어선 자리가 아주 특별하다. 깎아지른 벼랑 틈에 폭 싸여있는데 어떻게 저런 곳에 암자를 지었을까 싶다. 바위 봉우리들이 암자를 에두르고 있는 모양새도 독특하다. 도솔암 찾아간 날, 바람이 거셌지만 봉우리들이 이를 막아주는 덕분에 마당은 봄처럼 따뜻하고 고요했다.

도솔암에서는 땅끝은 물론 서남해를 다 볼 수 있다. 땅끝에 솟은 산이라 시야를 가릴 것이 없다. 발 아래로 바다의 섬들과 들녘에 낮게 솟은 야산들의 어우러짐이 볼만하다. 뭍과 바다, 섬과 산의 경계가 묘하게 허물어지는 느낌이다.

크지는 않아도 도솔암의 내력은 통일신라 말기까지 거슬러 오른다. 의상대사가 창건했고 산 아래 미황사를 세운 의조화상도 미황사 완성 전에 이곳에 머물며 수행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암자는 지난 2002년에 다시 지었다. 원래 건물은 조선시대 정유재란 때 불탔다.

명량해전에서 패한 왜구들이 해상 퇴로가 막히자 달마산을 넘어 도망가던 중 이를 태워버렸단다. 오랜 기간 터만 남았던 곳에 스님과 불자들이 힘을 합쳐 다시 건물을 올렸다. 이곳 들머리 안내판에는 '오대산 월정사에 있던 법조스님과 불자들이 목재와 1,800여장의 흙기와를 손수 지고 날라 32일 만에 법당을 완성했다'고 소개돼 있다.

암자의 고즈넉한 정취에 흠뻑 젖을 무렵, 늦은 오후 햇살이 마당으로 든다. 볕을 받은 암봉들이 하얗게 반짝이고 촛불 켜 놓은 듯 소담한 암자도 한줄기 빛을 뿜어낸다. 신비롭고 고운 풍경이다.

도솔암 입구까지 차가 간다. 송지면 마봉리 임도를 따라 도솔봉 중계탑까지 가면 도솔암 입구다. 이곳에서 약 20분 걸으면 도솔암이다. 산 아래 미황사에서 등산로나 산책로를 따라 도솔암까지 걸어 오를 수도 있다.

■고즈넉한 천년고찰 미황사

달마산 꼭대기에 도솔암이 있다면 산 아래에는 미황사가 있다. 통일신라 때 지어졌지만 도솔암과 함께 조선시대 정유재란 때 건물이 불탄 후 여러 차례 중건과 중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돌계단을 차곡차곡 밟고 경내로 들면 두 가지 풍경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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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단청 빛깔이 다 바랜 대웅보전(보물947호)이다. 1754년 건물 중수 때 이곳에도 단청이 칠해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바닷바람 등의 영향으로 색이 다 바랬다. 아이러니하게도 속살 오롯이 드러낸 가람의 자태가 더 곱게 느껴진다.

대웅보전에는 흥미로운 것이 많다. 대웅보전 기둥 주춧돌에 새겨진 게, 거북이 형상이다. 창건설화 때문이다. 인도에서 경전과 부처상을 싣고 달마산 인근 사자포구에 한 척의 배가 닿았는데 여기에 화엄경과 법화경 등이 실려 있었단다. 이 때문에 미황사를 짓게 됐다. 대웅보전은 이 배의 상징이다. 그래서 바다에 사는 게와 거북이를 새겨 넣었다. 용을 새긴 주춧돌은 있지만 게와 거북이를 새긴 곳은 드물다. 대웅보전 천장에는 범어로 쓰인 글자와 일천불의 벽화가 있는데 국내에서 보기 드문 수작이다.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것이 절집 가람들 뒤로 병풍처럼 서 있는 달마산이다. 암봉들이 도열한 모습이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미황사와 도솔암, 봄과 딱 어울리는 예쁜 가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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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금강산, 보석 2개를 품다
■ 해남 미황사ㆍ도솔암
벼랑끝 암자, 발아래로 서남해가…
빛바랜 단청, 속살 오롯이 드러내
병풍처럼 선 달마산 신령스럽기까지

해남=글ㆍ사진 김성환기자 spam001@sphk.co.kr


2011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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