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3-20 21:35
미황사에서의 30일간의 수행-이화우님
 글쓴이 : 다경
조회 : 587  

미황사美黃寺

의조화상이 소를 앞세우고 가는데 소가 한 번 땅바닥에 눕더니 일어났다.

그러더니 산골짜기에 이르러 이내 쓰러져 일어나지 아니했다.

의조화상은 소가 처음 누던 자리에 통교사通敎寺를 짓고 마지막 머문 자리에는 미황사를 창건했다. 미황사의 ‘미’는 소의 울음소리가 하도 아름다워서 따온 것이고, ‘황'은 금인金人의 황홀한 색에서 따와 붙인 것이다.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지금은 너무도 아름답지만 당시엔 그냥 불편한 절일뿐이었다) 미황사에 30여일의 시간을 내 맡기게 된 건 오로지 나 자신에 대한 불만감의 표출이었다. 살아가는데 모든 고민의 근원지인, 무엇보다 나에겐 가장 큰 고민인 이것이 뒤뚱거리는 현재상황을 몹시 부정하고 싶었다. 그리고 간절히 원했다. 다시 편안한 일상으로의 회귀를...

그렇게 미황사에서의 일상을 순탄치 않게 시작했다. 그렇지만...

 

날이 채 밝기도 전 새벽 3시 50분이면 온 도량에 울려 퍼지고 다시금 돌아오는 스님의 염불소리와 공허하지만 마음을 자꾸만 흔들어대는 목탁소리는 어느 때 부터인가 나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이 되어 있었다. 물론 항상 머리맡에 지켜주던 전화기는 방구석 한켠에 내버려졌다. 이것 또한 시작이었다. 버림..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이 자꾸만 흔들리는 순간 다시 한 번 깊고 웅장한 소리가 여러 번 퍼지며 마음을 정리해주었다. 몇 번이 울리는가는 중요하지도 않았고 세어지지도 않았다. 단지 그 순간순간을 내던진 것 같다. 알 수 없는 어느 곳으로.. 화려하지 않아서, 옅은 나무들로 이루어져 더욱 더 따뜻하게 다가왔던 대웅보전에서의 예불은 그렇게 시작된다. 모두 함께 하는 훌륭한 이 기운의 소리가 땅끝마을을 떠나 멀리 멀리 뻗어나가길 바래보았다.

 

나에겐 미황사에서 30여일간의 생활이 이 새벽예불시간으로 모든 것이 모아졌다. 공양, 울력, 사시예불, 저녁예불, 모든 경내에서의 일들은 새벽예불의 연장선이었다. 이 무위의 시간에 담은 기운은 “한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로 시작되는 공양의 시간에는 만인에 대한 감사함으로 이어졌고, 향긋한 차 한 잔을 즐기던 차담 때에는 사랑스러운 말 한마디로 함께 했고, 모든 하루 일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근원이었다.

 

나의 내면을 한없이 바라볼 수 있었던 이토록 굳은 30여일간의 수행에도 나의 고민은 해결하지 못 했다. 이제는 고민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쉽게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고민을 이겨낼 수 있는 그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것..그것이 행복했다. 마주치는 누구에게나 행복하다는 진심을 보여 줄 수 있었다. 내 스스로가 행복하다는 것 외엔 모든 일은 무의미했다.  

 

“멈추어 바라보는”이 내 삶의 중심점이 되게 하신, 끝없는 속도경쟁으로 인한 내면의 헐떡거림을 쉬는 이가 진정한 수행자라는 한 스님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선한 마음, 나누어주는 법, 더 넓은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준 너무 많은 인연들도 잊을 수 없다. 인연.. 혼자 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이들이기에 짧게나마 소개하고 싶다.

 

진심으로 깨어있는 정신을 보여주었던 우리는 틀린 것이 아니고 다 다르다는 것을 얘기하던.. 내가 너무 많을 것을 배웠던 큰 마음을 가진 19살의 기영이..

 

 

할아버지의 인자함으로 다가오신.. 모셔오는 내내 좋은 말씀으로 유쾌함을 가르쳐주신..계시는 동안 가장 아름다운 마주침의 미학을 보여주신 백낙청교수님..

 

한국인인 나조차도 큰 관심없는 동양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자 반년이상 일본·한국·중국을 다니고 있는 포르투칼인 프란시스코.. 한국의 정치에까지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정말 부끄러웠던 친구. 후에 프란시스코가 다녀가는 길을 실크로드를 빗대어 프란시스코 로드라고 붙여주었다.

 

너무나 깊고 진실한 눈을 가져서 슬픈, 하지만 한없이 기쁜 꿈을 감동으로 풀어 주신 배우 영설형님.. 꼭 꿈을 이루시길 바란다.

 

자원봉사가 직업이신 때묻지 않은 순수함, 그 순수함에서 우러나오는 항상 밝은 웃음..진영형님..

 

가족간의 갈등으로 많이 힘들어하시던.. 그 힘듦 속에서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던 내 마음속 사소한 힘듦까지도 꺼내어, 위로해주신 너무나 소중한 염법동환형님..8월의 크리스마스보다 더 아름다운 시나리오 기대해본다.

 

어떠한 불의도 참지 못 하고 발벗고 나서는 행동하는 양심, 예술을 너무나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혜원누나..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게 싫다고 하시지만 존경의 편견임을 말씀드리고 싶다. 누나가 불러주는 “행복한 인생”이 자꾸만 귀에 맴돈다.

 

나를 한 없이 부끄럽게 만드는 명철이..열정이란 말을 너무나 작은 말로 만들어 버리는 명철이. 말이 다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의로운 농부..진정으로 영원해야만 하는 농업의 힘을 보여주었다.

 

진정으로 교육의 미래에 마음으로 아파하고 행동하는.. 교육의 희망을 보여준.. 진아..

 

멋진.. 깨어있는 의식..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꼭 기억에 오래 남을 감독이 될 송하..

 

순수함에 감동받은 영화 “순정만화”의 류장하 감독님.. 본인 조차도 너무나 순수하신..

 

농사일도 많이 바쁘실텐데.. 4대강공사를 방관하고 있을 수 없다며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윤우형님. 형님이 만들어주신 4대강반대 티셔츠는 얼마 전 미황사 인연들과의 여행에 유니폼이 되었다..

 

소개한 것 보다 더 아름다운 인연인데 표현이 부족한 게 아쉽다. 그리고 소개한 것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인연이 있었으나, 내 삶과는 다르게 살아온 인연들이라 나에게는 더욱 더 큰 존재로 다가왔으리라. 다른 삶이었지만 언젠가는 한 길로 만나게 되는 때가 오리라 믿는다. 감사하다..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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