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5-06 22:54
구름이버스- 조선일보
 글쓴이 : 다경
조회 : 554  
 
전남 해남의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에선 학부모와 아이들이 힘을 모아 폐교위기의 분교를 살려내고, 아이들 통학을 위한 '땅끝마을 구름이 버스'도 마련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꾸며진 버스 모습./미황사 제공
전남 해남의 달마산 아랫마을에는 40년 된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가 있다. 8년전 이 학교 학생은 다섯명 뿐이었다. 땅끝마을의 작고 먼 학교라 선생님들도 오기를 꺼렸다. 농촌에 청년들이 없으니 아이들 숫자가 계속 줄었고, 선생님들도 1년만 채우고 떠나기를 반복했다. 트럭이라도 있는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인근의 면소재지 학교로 보냈다.

2003년 관할 해남교육청이 분교를 폐교하겠다며 공청회를 열었다. 마을 사람들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 공동체도 무너진다.” 작은학교 살리기운동이 시작됐다. 달마산에 자리잡은 천년 고찰 미황사의 주지 금강스님도 동참했다.

‘학교 살리기’의 해법은 간단했다. 학생이 있어야 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의외로 많은 학부모들이 기꺼이 작은 학교를 선택했다. 2004년부터 읍내에서 ‘전학 러시’가 이어졌다. 서정분교는 이제 ‘가고 싶은 학교’로 통한다. 수업이 끝나면 ‘품앗이학교’라 불리는 방과 후 수업이 이어진다. 풍물 공작 생태체험 전통놀이 등 ‘품앗이학교’의 선생님은 대부분 서정분교 학부모들이다. 아이들은 미황사에 가서 스님들과 함께 불탑의 탁본도 뜨고 한자도 배웠다.

서정분교는 이제 매년 60여명의 학생들이 유지되고, 교감선생님과 6명의 선생님들이 안정적으로 가르치는 행복한 학교가 됐다. 이렇게 되는데 큰 공을 세운 것이 ‘땅끝마을 구름이 버스’. 다른 지역 아이들이 서정분교를 다니려면 스쿨버스가 꼭 필요했다. 하지만 돈이 없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고민 끝에 음악회와 바자회를 기획했다. 직접 천연염색을 한 옷가지며 직접 가꾼 농산물들을 준비했고, 음악인 노영심 씨가 직접 해남까지 와서 피아노 연주를 들려줬다.

그렇게 고생해서 모인 돈은 대당 8000~9000만원 하는 새 버스 한 대를 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금강스님이 금호고속에 전화를 걸었다. “우리가 모은 돈은 이것 뿐이예요. 중고 버스 한 대 넘겨주세요.” 금호고속에선 말도 안되는 헐값으로 새 것이나 다름없는 버스를 서정분교에 내줬다. 버스 안팎은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꾸며졌다. ‘땅끝마을 구름이 버스’의 탄생이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땅끝마을 구름이 버스’(밝은미래)가 출간됐다. 금강스님은 “작은학교를 살리는 일 중에 감동적인 얘기거리들이 많은데, 그 중에 아름다운 이야기 한 대목이 동화책의 주인공이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며 “아직도 노영심씨의 피아노소리를 들으며 버스기금 마련 음반판매를 하던 일을 생각하면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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