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5-13 11:17
거북이가 있는 절 미황사 - 엉슝이 엄마
 글쓴이 : 다경
조회 : 762  

게 거북 물고기가 절에? 달마산 미황사의 비밀

땅끝에서 달마를 만났다.

 

 

낙화유수落花流水…. 남도 길을 온통 채운 벚꽃이 분분히 지던 날, 꽃길 끝에 달마가 거기 있었다. 해남 진도 완도를 아우른 이녁 사람들은 달마菩提達磨보디다르마가 제 나라 인도로 돌아가지 않고 땅끝 달마산에 머문다고 믿는다.

  

  달마산은 나지막한 산들이 고향 품 같던 남도 끝자락, 땅끝마을에 저 혼자만 우뚝 치솟아 있다. 이녁사람들은 금강산보다 더 금강산 같아 남도의 금강이라고도 부른다. 완도 진도 바다를 향해 천하제일 기암괴석 병풍을 펼쳐 두른 영산이자 중국 송나라 사람들이 경배했다는 명산이다. 이 기암괴석 병풍바위가 1만 부처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미황사는 그 달마산 품에 안겨있다. 1300년 전 세워진 신라 고찰이다. 달마산에 오르면 한 눈에 남도 바다가 들어오기에 임진왜란 때 왜구들은 미황사를 요새 삼았다. 같은 이유로 미황사는 수난이 많았던 절이다. 창건 이래 화재로 여러 번 전소했다. 20여 년 전 미황사도 대웅전과 응진전만 남아 폐사에 가까웠다. 당시 젊은 학승이던 금강스님이 지금 모습으로 절을 다시 짓는데 긴 세월이 걸린 셈이다. 금강스님은 현재 미황사의 주지다.

 

 

역사 이전 미황사는 전설이다.

조선 숙종 때에 세운 미황사 사적비에 세세한 내용이 적혔다.

 

불교가 융성했던 신라 경덕왕 8년(749).

어느 여름날 돌배石船 하나가 아름다운 범패소리를 울리며 사자포지금의 땅끝마을 앞바다에 홀연히 나타났다.

의조화상이 목욕재계하고 기도하자 배가 육지에 닿았다.

배에는 금함金涵과 검은 바위가 실려 있었다.

금함 속에는 여러 가지 불상과 불경, 불화가 가득했다.

검은 바위를 깨뜨렸더니 바위에서 검은 소가 튀어나왔다.

이튿날 의조화상이 검은 소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길을 나섰는데, 달마 산 중턱에 이르자 소가 갑자기 넘어졌다.

다시 일어난 소는 한참 가다가 크게 울며 또 넘어지더니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의조화상은 소가 처음 넘어진 자리에 통교사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넘어졌던 곳에 미황사를 세웠다.

 

 

신라시대 창건설화가 아니더라도 미황사 대웅보전은 좀 특별하다. 화려한 단청은 간데  없다. 보전을 떠받든 것은 전부 맨살 드러낸 나무뿐이다. 그러나 단청보전이라 한다.  1754년 중수 때 단청을 했으나 250여 년 바닷바람을 쐰 동안 바래서 오늘날의 모습이 됐다. 정면 3칸 측면 3칸인 현재의 대웅보전은 1751년에 지었다. 팔작지붕을 올린 다포집多包閣 형태다.

 

다포집: 공포를 기둥 위와 기둥사이에도 꾸며 놓은 집. 공포供包는 처마 끝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기둥머리 등에 맞춰 넣은 나무쪽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

 

대웅보전 경첩과 확대해 찍은 대들보 나뭇결.

 

대웅보전은 또 특별하다. 석가모니불을 가운데 두고 아미타불 약사여래불을 좌우로 모신 대웅전 고유의 불상 배치 외에 오직 미황사에서만 볼 수 있는 보물이 있다. 천장을 가득 장식한 범어 단청과 천불벽화가 그렇다. 범어 단청 곳곳에 그려진 부처에게 세 번 절을 올리면 소원 한 가지는 이루어진다고 한다. 부처가 1천 명이니 3천 배가 필요하다.

 

  

 

보물 947호 대웅보전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무엇이 또 있다. 1만 부처 돌병풍을 등 뒤에 펼쳐 두르고 선 모습이 그림 같다거나, 절 마당에서 리아스식 남도 바다 절경을 굽어보는 ‘눈 호강’ 외에 숨은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이 비밀, 너무 낮고 소박하다. 그래서 사람 눈에 잘 안 띄는 모양이다.

 

절에 살고 있는 게와 거북과 물고기를 본 적이 있는가. 미황사 대웅보전에 그들이 있다. 들보와 기둥을 받치고 선 주춧돌에서, 1300년 전 범패 울리며 서역 우전국 배 들어왔던 옛 전설을 나직하게 들려준다.  게와 거북 물고기가 떠받친 대웅보전을 어떤 이는 전설대로 배라고 말하기도 한다.

 

  

위부터 미황사 대웅보전 게 거북 물고기 주춧돌.

  

 

대웅보전 외에 바다 생물이 또 있다. 부도비 조각들이 그렇다. 미황사 옆 산길을 1km쯤 걷다보면 통교사 옛터에 다다르는데 이곳이 부도밭이다. 게 거북 물고기는 긴 세월 넘어 온 크고 작은 부도 26기 위에 영월당·벽하당·완해당·송월당 같은 제 주인의 이름과 함께 새겨있다. 물론 연꽃이나 학, 도깨비 같은 조각도 보인다.

 

1300년 전으로 돌아가 게와 거북과 물고기를 절에 새긴 까닭을 묻고 싶으나, 후세는 다만 우리 불교의 남방해로南方海路전래설을 뒷받침하는 징표로 여길 뿐이다. 원래 미황사는 대찰이었다. 두륜산 대둔사를 말사로 두고 통교사를 비롯해 도솔암과 문수암 등 열두 암자를 거느렸던 절이다.

 

달마산 끝자락 사자봉의 일몰은 비장하다. 만개한 벚꽃의 아찔한 절정과 추락 사이 미황사를 만났듯 더는 내달릴 수 없는 땅끝 낙조落照, 찬란한 추락이다. 미황사, 화려한 봄날도 간다.

 

 

http://blog.donga.com/sjdhksk/archives/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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