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12-17 17:16
달마산 미황사 아름다운 범종소리여!
 글쓴이 : 박남준
조회 : 2,189  

(2004년 범종불사 타종식에 박남준 시인님이 쓰고 낭송하신 발원문 전문입니다)

달마산 미황사 아름다운 범종소리여!

여기 오늘 한결같은 지극함으로 발원하여 뜻을 이루고
마침내 그 첫 종소리를 내어 세상에 실어보내네
맑고 향기로운 이들의 마음과 마음이 모아지고
그 인연과 인연들이 더해지고 보태져서 이 자리 만들었네

비바람을 막는 기와 한 장
한 그루 나무로 서서 숲을 이루던 서까래며 대들보
동서남북, 하늘로 이르는 지붕을 떠받치며 이 땅에 뿌리내린
주춧돌 하나 하나에 이르기까지
땀흘리던 그 정성 깃들지 않은 것 없네
향기 배어나지 않은 곳 없네

멀리 멀리 퍼져갈 것이네 달마산 너머
귀에서 귀로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출렁일 것이네 금빛 파문은 일어
저 진도 바다건너 화엄의 한 바다로
세상의 고을고을 노 저어 닿을 것이네

꽃비가 내릴 것이네 이 종소리
고통받고 상처받은 이들의 가슴을 쓰다듬고 아물게 할 것이네
슬픔과 절망하는 이들에게는 위안의 노래가 되어주고
낮은 곳으로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망설이지 않고 울려나가 등 다독여 줄 것이네
이 땅의 모든 어두운 길을 찾아 밝히는
보살의 등불이 될 것이네
이십 팔숙, 별들이 반짝이며 길을 가리킬 것이네
삼십삼천 범천의 하늘이 열리며
영원히 자유롭게 할 것이네
번뇌의 모든 헛되고 헛된 망상이
일순 깨어지고 남김없이 씻겨져서
마침내 밝은 깨달음의 지혜가 열릴 것이네

새들이 노래할 것이네
꽃이 피어날 것이네
돌도 생명이 있나니
세상의 무릇 생명 없는 것 그 어디 있겠는가
이 종소리 세상의 모든 생명 있는 것들에게
더함도 덜함도 없이 나뉘어지지 않는 마음으로
고루 고루 전해질 것이네
한 점 티끌, 부끄러움 없이 다가갈 것이네
간절한 사랑으로 껴안을 것이네
굳게 닫힌 장벽의 문이 열리고
이웃과 이웃이 손을 맞잡을 것이네
미움과 원망하는 이들의 두 눈에
용서와 화해의 눈부처가 비춰질 것이네
싸움과 전쟁이 사라지고
분단된 남과 북쪽, 모든 금단의 철조망이 걷혀서
통일세상이 펼쳐질 것이네
생명과 평화의 세상이 시작될 것이네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될 것이네
얼마나 자비로운 일이냐 장엄한 일이냐

생명의 종이여 평화의 종소리여
사랑의 종소리여 진리의 종이여
달마산 미황사 아름다운 범종소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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