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1-01 22:36
해인(海印)
 글쓴이 : 황지우
조회 : 2,043  
해인(海印)




작품 9. 海印 (브론즈 40x40x51cm 1994)

1.

내 고향 海南, 땅끝을 지명으로 부르게 만든

달마산, 옴팍한 기슭에 미황사가 숨어 있는데

그 주춧돌에 거북이, 게가 돋을 새김으로 붙어 있다.

이 작은 것들이, 바다 우에 떠 있는 사원을

예까지 밀고 오다니....

단청도 없고, 어느 퇴락한 민가 같은 대웅전은

얼핏 보니까 엉거주춤 앉아있는 게 영낙없는

똥 누는 사람의 자세다.

시원하기도 하고 좀 수치스럽기도 한 이 어쩔 수 없는 폼으로

쭈그리고 앉은 달마 조사 발 밑,

몰래 게 한 마리가 옆걸음질로 기어와

동 트면서 빳빳해진, 大方廣 아침 바다를 印한다.


2.

다시 영화 <빠삐용> 이야기:

야자수 열매 뗏목을 어깨에 멘 빠삐용, 드가를 대동하고 해변 절벽으로

잰걸음으로 간다. 롱 샷, 롱 테이크.

미디엄, 빠삐용, 뗏목을 바다에 던진다.

해벽에 물대포를 발포하는 카리브해의 파도.

드가: 넌 죽을 거야

(그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우는 것 같기도 한

잔뜩 일그러져 있는 더스틴 호프만의 얼굴,

지독한 원시인 그의 볼록렌즈 안경에

기묘하게 확대되어 있는 곤충 같은 눈동자, 클로즈 업)

실패하면 어떡허냐?

빠삐용: 응. 실패하면 또 어때?

(섬에 남기로 한 드가를 향해

열대 바닷가의 눈부신 햇살 때문에 눈은 찡그리고

입으로는 씩, 웃는 스티브 맥킨. 클로즈 업.

그리고 곧바로 디솔브)


황지우,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학고재,p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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