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06-27 20:33
월간 '불광'에 나온 미황사 이야기
 글쓴이 : 길상화
조회 : 3,655  
우리 스님 |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 금강 스님
참사람의 향기
2007년 06월 통권 392호 남동화

새벽 4시! 어디선가 들리는 청명한 목탁소리가 나를 깨우고 있다. 집을 떠나온 지 3일째. 이때부터 몸과 마음에서는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천주교 신자인 나는 이곳 미황사에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신기했고, 신비로웠다.


…고요하면서, 고요하지만은 않은 이곳 미황사. 이제 ‘참사람의 향기’ 수행을 마치고 다시 배낭을 메고 걸음을 옮긴다. 세상 밖으로, 본래의 나와 세상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산중에서의 수행, 짧은 출가였지만 긴 깨달음으로 영원히 내 안에 자리할 것이다. 대웅전 앞뜰 샘물의 달콤함이 그리울 것이다. 너무도 많이….


- 미황사 7박 8일 수행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 참가자 소감문(김진주, 25세) 중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美黃寺, 749년 경덕왕 8년 창건, 전남 해남군 송지면 서정리)는 ‘참사람의 향기’를 머금은 금강(金剛) 스님이 계시기에 더욱 아름다운 절이다. 미황사 금강 스님인지 금강사 미황 스님인지가 가끔씩은 혼돈이 될 정도로 미황사와 스님은 따로 떼어서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넉넉함과 편안한 미소로 미황사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스님이 바로 우리 스님, 금강 스님이시다.


“절에서 쉬면서 조용히 제 자신을 돌아보고 싶어요. 어느 절이 좋을까요.” “예, 언제든지 미황사로 가 보세요.” “참선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데 체계적으로 지도를 받고 싶어요.” “예, 미황사 ‘참사람의 향기(7박 8일 단기출가)’에 참가해보세요.” “외국인인데 한국의 사찰체험을 하고 싶습니다.” “예, 미황사에 가시면 됩니다.”
지난 한 해만 하더라도 미황사 템플스테이를 거쳐간 사람만 5천여 명이 넘는다. 365일 언제나 머물 수 있는 절이 미황사다. 그리고 미황사에 가면 멋쟁이 금강 스님이 계시니 좋다.


어린이 한문학당, 청소년 문화학교, 365일 상시 템플스테이, 매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7박 8일간 단기출가 형식으로 운영되는 참사람의 향기, 부처님 오신 날 어르신 노래자랑(올해 4회째로 60세가 넘으신 땅끝마을 어르신들이 주인공 되는 자리), 명상음악제, 10월 괘불재, 해맞이·해넘이법회….


일년 열두 달 해야 할 일들이 빼곡히 많은데도 스님은 항상 여여롭다. 무슨 일이든 서두르는 일 없이 차분하다. 게다가 하는 일마다 어찌 그리 스님‘답게’ 멋지신지. 금강 스님이 하면 무슨 일이든 빛을 발한다.



산중사찰의 역할 모델 만들기


금강 스님이 미황사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광주에서 승복 입고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가, 공부의 절박함을 깨닫고 대흥사 북미륵암에서 백일기도를 마친 직후였다.


미황사와의 인연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당시 폐사나 다름없었던 미황사를 빼어난 안목으로 오늘처럼 일군 것은 10년간 주지소임을 맡아 오신 현공 스님이시다. 2000년 현공 스님이 불사하느라 지치셨을 무렵 조건부 협상(?)으로 금강 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기로 했다. 현공 스님이 처음 구상하신 대로 계속 불사를 하시면, 도우미 역할을 하며 그 동안 해 오신 불사에 빛, 즉 내용을 채우는 일은 자신이 하겠다는 조건부였다.


사찰은 모름지기 지역문화의 중심에 서서 지역민과 호흡하며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금강 스님의 평소 생각이다. 그럴려면 지역의 인구, 연령, 성별, 직업, 종교적 성향을 파악한 후 그 분들에게 가장 적합한 신도 관리프로그램을 면밀하게 검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기업에서처럼 일종의 컨설팅이 필요한 것이다. 산중사찰의 역할 모델은 1994년 조계종개혁과정에서 금강 스님이 발표한 내용이기도 하다.


지금은 모든 여건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만, 2000년 어린이들을 위한 한문학당을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세면장조차도 없던 터라 커다란 통에 물을 받아 샤워를 시키고, 책상이 없어서 밥상을 가지고 공부를 했어야 했다. 2002년 템플스테이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건이 안 된다, 거리가 너무 멀다’ 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진행하는 사람의 의지와 삶의 모습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미황사의 여러 가지 일 중 스님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참사람의 향기’이다. 참사람의 향기가 진행되는 7박 8일 동안은 수련생들과 함께 앉아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주어지는 안거요, 공부시간이요, 휴식(?)의 시간이 되는 셈이다.


“1997년 백양사에서 서옹 스님을 모시고 수행운동인 ‘참사람 결사운동’의 일환으로 무차선회(無遮禪會)를 진행하면서 나름대로 재가나 출가자를 막론하고 누구나 수행할 수 있는 수행센터를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주지소임을 살다보면 일상성에 빠지기 쉬워요. 공부하는 마음을 챙기기가 쉽지 않지요. 수련생들 덕분에 오히려 나도 공부하는 것이지요.”


‘참사람의 향기’는 묵언, 오후불식, 참선, 수행점검, 수행체제에 대한 법문과 다도와 산행으로 이루어진다. 3일째까지 수식관(數息觀)을 하고, 이후 마음과 호흡이 일치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화두간택에 들어간다. 이러한 일련의 수행과정들은 금강 스님의 직접 지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있는 그대로 보라


“그 동안의 포교가 신행 위주, 교학 위주였다고 한다면 이제는 수행으로 전환시켜야 하고 그 역할을 스님들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흔히들 간화선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초기만 잘 잡아주면 혼자서도 스스로 점검해가며 수행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 간화선입니다. 어느 정도 공부가 되면 스스로 점검도 가능합니다. 성성적적(惺惺寂寂) 즉 화두가 성성하고 번뇌가 적적해야 합니다. 좌선을 할 때나 하지 않을 때나 깊은 잠 속에서도 화두가 성성하게 들리면 제대로 공부가 되고 있는 것이지요.”
스님은 휴지 한 장을 들어 보이며 이 휴지 한 장이 이곳 땅끝마을에 있는 내 손에 오기까지의 인연과정을 한 번 살펴보라고 하신다.


“나라는 존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나라는 존재가 지금 여기에 이렇게 앉아있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그 무엇 하나 우주와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 인연과정 중에서 어느 하나가 빠져서도 안 되듯이 완전한 이해를 통해보면 ‘이것’이다, ‘나’다 라고 하는 규정할 실체가 없는 것이며 상호연관 속에서 끝없이 변화되어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실 우리는 오래된 습관, 생각대로 사물을 보고 나를 보고 사람을 본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를 제대로 보면 종이 한 장도 우주요, 나와 우주가 다르지 않음을 깨닫기에 사랑스러운 마음과 자비심이 절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수행을 통해 자신이 향상되어지면 도움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할 수밖에 없고 자비심이 절로 일어나서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샘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비심이 일다보면 조건과 상황에 따라 지혜방편도 저절로 생기는 법이란다.


“우리의 생각은 하루에도 60만 번을 왔다 갔다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생각들이 하나로 모아지면 엄청난 에너지가 솟아요. 그리고 사실 우리가 한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입니다. 번뇌도 마찬가지이지요. 한 순간에 하나만 생각하다보면 굳이 무엇을 서두를 일이 없어요. 현재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다보면 기쁨이 일고 그 다음 것이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대개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점점 쭈그러들어요. 그러니까 나이가 들수록 수행해야 해요. 아울러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수행을 통해 자기중심을 잡아가야 하는 것이지요.”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가 더욱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돌 하나 아무렇게 놓여지지 않은 말끔한 풍모도 풍모이려니와, 우리 스님 금강 스님에게서 절로 배어나오는 수행의 깊은 향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참사람의 향기, 수행의 향기는 형상 없는 소리와 빛깔로 항상하기 때문이다.
취재정리·남동화|사진·최배문



금강 스님 1966년 해남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육조단경을 보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일찍이 해남 대흥사 지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 해인사강원과 중앙승가대학교,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범종단개혁추진위 공동대표로 일을 했다. 백양사에서 참사람수행결사를 맡아 실직자와 일반인을 위한 수행프로그램을 운영했고, 2000년부터 미황사 주지소임을 맡아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산중사찰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참선수행 프로그램인 ‘참사람의 향기’ 운영 등 수행풍토 조성과 확산에 힘을 모으고 계시다. 미황사 www.mihwang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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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10-11-10 09:55
답변  
...미황사가 왜 이렇게 아른거리면서 다시 보고 싶은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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