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3-21 10:01
금강스님의 선담 "익숙한 것을 경계하라"
 글쓴이 : 에포케
조회 : 201  

구도자의 밥


7박 8일의 일정 중에서 다섯째 날쯤 되면 참가자들은 산중의 생활에 이미 익숙해져있다. 새벽에 일어나 예불하고, 밥 먹고 울력하는 일이 즐겁고, 좌복에 앉아 좌선하는 몸은 가볍다. 이리저리 꺼들려 버겁고 힘들던 마음도 한결 편안해진다. 
 
그러나 익숙해지는 일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수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더군다나 정해진 기간 동안 수행을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시간이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겠지만 귀한 수행의 시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행의 안내자인 나는 그들이 스스로 수행의 힘을 키우고 일상에서 지속적인 수행을 할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익숙한 것들이 경계임을 일러주려면 발심할 수 있는 이야기 한 대목 들려주어야 한다.
 
옛 스님들은 후학들에게 밥값은 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세간 사람들은 저마다 생산 활동을 하며 살기 때문에 밥을 먹을 때 뿌듯하고 즐겁게 먹을 수 있지만 산중에서 신도들의 시주로 편안하게 수행에만 전념하는 수행자들은 밥값의 무게가 실로 크다.
 
내가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선배스님들의 말을 빌면 선방에서 한철 공부하려면 석 달 동안 지낼 양식을 직접 탁발해 와야 했단다. 그래서 선방의 공양간에는 수좌들의 인원 수만큼 작은 항아리를 두고, 공양주는 매일 아침마다 각 항아리에서 세 홉씩 모아 공양을 지었다고 한다. 
 
세간에 나가 탁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수행자가 밥을 구하기 위해서는 법을 주어야 한다. 소소한 일상의 상담부터 깊은 삶의 지혜까지 상대가 원하는 걸 주어야 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공양 시간마다 자신의 탁발이 여법했는지 되돌아보며 수행을 향한 대분심大憤心을 일으키는 기회로 삼았다고 한다. 따라서 밥알 한 알 씨ㅂ을 때마다 그 또한 수행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시대와 장소는 바뀌었어도 부처님의 탁발정신을 그대로 잇고 있는 것이다. 『금강경』에는 부처님의 탁발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爾時에 世尊이 食에 
着衣持鉢하시고 
入舍衛大城하여 乞食하실새 
於其城에 次第乞已하시고 
還至本處하사 
飯食訖하시고 收衣鉢하시고 
洗足已하시고 敷座而坐하시다
그 때에 세존께서 공양 때가 되어, 
가사를 수하시고 발우를 들고, 
사위대성으로 들어가 걸식을 하시되, 
그 성중에서 차례로 걸식하기를 마치시고, 본처로 돌아오셔서 진지를 잡수시고, 
가사와 발우를 거두시고 발을 씻으신 후 자리를 펴고 앉으시었다.
 
 
이 구절을 두고 박노해 시인은 ‘구도자의 밥’이라는 시를 썼다. 
 
 
그가 밥을 구하러 가네
빈 그릇 하나 들고
한 집  
두 집  
세 집 
밥을 얻으러 가네
일곱 집을 돌아도 
밥그릇이 절반도 차지 않을 때 
그 사람 
여덟 번째 집에 가지 않고
발걸음을 돌리네 
 
일곱 집이나 돌았어도 
음식이 부족하다면 
그만큼 인민들이 먹고살기 어렵기에 
그 사람
더 이상 밥을 비는 일을 멈추고 
나무 아래 홀로 앉아 반 그릇 밥을 꼭꼭 
눈물로 씨ㅂ으며 인민의 배고픔을 느끼네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익숙함을 뛰어넘어 간절한 마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탁발의 정신인 밥의 무게감을 느끼는 것이 그 첫째다. 
 
 
| 지금 이 순간, 지금 앉을 뿐
대중 속에서 살 때에 자신의 단점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 단점을 잘 살필 때 익숙함을 떠나 공부의 진전이 있게 마련이다. 
 
선방에서 살 때의 일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대중을 차별하는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 단점이 있다. 겉보기에는 누구한테나 친절한 것 같지만 마음속으로는 부러움과 무시함 두 마음으로 대할 때가 많다. 
 
당시에 내게는 세 명의 부러운 스님이 있었다. 오로지 25년을 선원에만 다닌 스님, 선학박사 학위를 받고 선방에 온 스님, 많은 경전과 조사어록을 기억하고 입만 열면 법문을 하는 스님이었다. 내가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 질투심을 일으켰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옆에서 묵묵히 정진하는 스님들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고, 고마움이 밀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 분, 한 분, 돌아보다가 내가 가진 분별의 마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예정에 없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부러운 마음도 결국 내가 일으킨 잘못된 상임을 자각하게 됐다. 다시는 속지 않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나무가 많은 산을 좋아한다. 심지어는 포행을 가서 쉴 때도 무심코 소나무 밑에 앉고는 한다. 나무 또한 좋고 나쁨의 마음으로 대했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소나무를 만나도, 동백나무를 만나도, 후박나무를 만나도, 단풍나무를 만나도, 비자나무를 만나도 좋고 기뻤다. 차별하는 마음은 선택한 하나만 좋아하고 나머지는 싫어하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한다. 차별의 마음은 그 뿌리가 깊어 쉽게 내려놓아지지 않는다. 순간순간 정진의 마음을 간절하게 일으켜야 사라지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공부하는 이들을 앞에 두고 발심이 되는 한마디를 한다. 
 
“간절히 원해서 이생에 사람으로 태어났고, 이제 겨우 수행의 시간을 얻었소. 좌복에 앉을 때마다 다짐을 하시오. 이러한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는가! 절대 졸음에 빠지지 않겠다, 그리고 화두를 놓치지 않고 성성星星하게 들겠다는 마음을 내시오. 30분이나 40분을 앉아 참선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지금 앉을 뿐이라고 생각하시오.”
 
짧은 기간 동안 참선수행을 할 때는 바다 한가운데 통나무를 붙들고 있는데, 그 통나무를 놓치면 빠져죽을 수 있다는 절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번뇌와 망상의 바다에서 화두일념의 통나무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 오롯한 마음으로 틈새가 없이, 이음매가 없이 지속적으로 화두를 붙잡고 가야 한다. 그러는 사이 번뇌는 사라지고 지혜가 싹틀 것이다.

*월간 불광에서 옮겨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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