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불교가 새로운 사상과 삶의 대안임을 제시하고 출가수행의 길을 안내하기 위해 조계종 교육원이 마련한 청년출가학교(교장 법인스님, 교육부장)가 지난 9일 막을 내렸다. 지난 1일부터 8박9일간 해남 미황사에서 머물며 세상과 자신에 대한 물음을 가졌던 41명의 행자들은 소중한 스승과 도반, 자연과 함께 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갔다.

   
혜민스님의 특강을 듣는 행자들 모습.
청년출가학교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됐다. 첫째는 내려놓고 바라보는 것이다. 예불과 108배, 참선, 염불, 사경, 사불, 발우공양 등 수행 속에서 비움과 채움을 경험했다.

또 스님과 재가자 강사들과 법담을 나누고 질의응답을 하며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혔다. 행자들은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했고, 자신을 둘러싼 현실 속에서 스스로가 어떤 모순에 처해 있는지 알아차렸다.

혜민스님의 ‘마음치유’에서는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반들과 마음의 고통을 나누던 행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위로했다. 특히 조성택 교수의 강의는 큰 호응을 얻었다. 강의가 끝나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강사에게 고맙다며 죽비소리에 맞춰 일배를 올렸다.

지도법사 스님과의 상담은 마음속 깊이 숨겨뒀던 고통과 고민을 풀어놓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30분씩 진행된 개별상담은 20대 청년들이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고 아파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들은 가족, 친구간의 관계에 대한 어려움과 진로에 대한 걱정으로 힘들어했다.

가정의 문제로 고통 받는 행자들도 많았다. 부모의 불화가 가족붕괴로 이어지면서 그 고통이 고스란히 자식에게 전해진 것이다. 사회와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컸다. 명문대를 나온 부모와 달리 자신은 손가락에 꼽히지 않을 정도의 대학을 다니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괴로워하는 행자들도 여럿이었다.

교장 법인스님은 “숫자가 꿈이 된 애들은 등수에서 밀려날까 두려워하고, 아파트 몇 평, 공무원 몇 급 등에 연연하며 불안함을 갖고 있었다”며 “경쟁에 시달리지만 마음을 나눌 벗이나 스승이 없어 외로움을 절감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8박9일간 소감을 발표하는 행자들은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여행자들과 많은 상담을 나눴던 원영스님은 “20대는 어느 때보다 방황하는 시기로 손내밀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불교계가 너무 무심했다”며 이야기 나누고 상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민을 털어놓는 시간이나 기회가 없다보니 꽁꽁 묻어둘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스님을 만나 윗도리가 흠뻑 젖도록 눈물을 쏟아내는 이들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한다.

“해줄 수 있는 게 안아주고 함께 울어주는 것 말고 없었지만 아이들의 표정이 한결 달라졌다”며 “아침에 만날 때면 ‘가면이 한 커플 벗겨졌다’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했지만 사실”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행자 스스로도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졸업을 앞두고 갈등하고 고민하고, 지금까지 옳다고 믿었던 것이 흔들리고 혼란스러웠던 것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게 나만의 문제인 것처럼 느껴져 괴로웠다”는 문세희 행자는 “여기 와서 내가 답을 알고 있고 두려워하지 말고 실천해나가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편안하게 웃었다.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송승원 행자는 “마음을 울리는 교육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9일은 굉장한 교육의 장이었다”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많은 것을 받은 것에 감사하며 세상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고 서원했다.

권은경 행자는 “템플스테이 정도라고 생각하고 별 기대는 안했지만 큰 것을 배웠다”며 “불교가 어떤 것인지,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대화해야 하는 법까지 새로 배운 출가학교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저녁예불을 마치고 포행하는 모습.
지도법사 스님들은 한결같이 “출가학교라고 해서 꼭 출가가 정답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느꼈던 것들을 생활 속에 돌아가 실천하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출가학교가 출가를 전제한 설명회 같을 필요가 없다”며 “이를 계기로 행자들이 열린 사고를 갖고 자신의 위치에서 불교적 삶을 살고 깨어있는 삶을 산다면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사실 청년출가학교는 조계종이 20대 청년들에게 불교와 출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당초는 젊은 출가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종단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기획됐지만 출가학교가 회향한 지금, 졸업자 가운데 몇 명이 출가하는지 수치가 중요하지 않다.

41명의 행자들이 마음속 깊이 묻어뒀던 고민과 아픔들을 꺼내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종단이 청년들의 아픈 현실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듣고 불교적 지혜를 직접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절감했다.

또 부처님께서 보여주신 출가정신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한 고민도 던져줬다. 행자들은 이번 출가학교를 통해 스님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산 중에서 도를 닦는 게 기존의 스님에 대한 인식이었다면, 이제 존경할만한 삶의 스승이자 멘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땅끝마을 미황사에서 낙조를 바라보는 스님과 행자들.
출가학교장 법인스님은 “출가학교에서 여러 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20대 청년들의 아픈 현실에 대해 절감했고 불교적 지혜를 직접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조계종이 청년 멘토링사업을 통해 불교적 가치를 제3의 길을 찾는 청년운동으로 방향으로 잡아 지속적으로 운영해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출가학교 수료생들은 오프라인 모임도 구상 중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 연락하며 인연을 이어가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