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2-01 19:10
현명한 종교인들의 대화가 필요한 때
 글쓴이 : 금강
조회 : 883  
현명한 종교인들의 대화가 필요한 때
  글쓴이 : 금강스님     날짜 : 2012-05-01 08:20    
봄 숲은 참으로 화려하다. 눈길은 자꾸 창밖을 벗어나 봄 숲을 향해 내달린다. 질박한 삶을 추구하는 수행자에겐 비움과 담백함으로 채워진 겨울이 맞춤 계절이란 걸 안다. 하지만 지난 겨울은 추위가 너무 길었다. 여느 해보다 찬란한 봄을 기다렸다. 형형색색의 저 봄 빛깔이 그리웠다.
  봄 숲은 참으로 조화롭다. 나무 한 그루의 뿌리와 줄기가 비례하고, 계절에 따라 잎과 꽃과 열매 또한 그 나무에 가장 적합한 만큼의 것들만 남기고 덜어낼 줄 안다. 그런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모여 있는 숲은 가장 조화로운 모습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한다. 키가 작은 복수초는 얼음을 뚫고 피어나고, 보라 빛 현호색은 복수초 떠난 자리에 무리지어 봄 마중을 한다. 자리를 다투는 일 없이 때와 장소를 달리 하며 한 터전에서 멋지게 공존을 한다.
형형색색 꽃들이 아름다운 봄 숲을 이루듯
  이처럼 갖가지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수행자들이 한 곳에 모여 각자 소임을 하며 수행을 하는 절을 총림(叢林)이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총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각기 다른 모습과 생각과 꿈을 간직한 사람들이 세상이라는 숲에 모여 자기 몫의 삶을 엮어가고, 때론 연대하고 공존하면서 멋지게 살아가니까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50여개의 종교와 6백 여 개의 교파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불교와 개신교, 가톨릭이 거의 비슷한 비율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으며 국민 다수가 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종교 의존도가 높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종교에 의지하여 해결할 개연성 또한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2008년 통계를 보면 청소년들이 고민이 생겼을 때 자신이 다니는 종교의 지도자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비율은 0,7%에 지나지 않았다. 백 명 중 겨우 1명 정도가 스님이나 목사님, 신부님을 만나 마음을 터놓는다는 이야기다. 참담한 결과이다. 종교가 사회적 역할보다 교세확장이나 유지에 더 많은 노력을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최근 이웃종교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프랑스의 떼제 공동체마을에 다녀왔다. 초종파적인 가톨릭 재단으로 수사들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전 세계 청년들이 매주 2,000여 명씩 참여해 묵상을 하고, 토론하며 노동하는 건강한 공동체였다. 인종과 종교를 넘어 젊은 청년들과 호흡하며 종교적 권위를 벗어던진 수사들의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특히 자신을 낮추어 봉사하고 몸을 움직여 노동하는 수사들의 모습이 숭고하기까지 했다. 침묵 속에 전해지는 그들의 몸짓 법문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종교가 국민이 의존한 만큼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아리랑 TV에서 기획한 서강대 서명원 신부 교수와 종교 간의 대화를 4일 동안 미황사에서 촬영하였다. 서명원 신부는 불교의 선을 공부하면서 오히려 그리스도교의 이해와 신앙이 더 깊어졌다고 말한다.
  그동안 종교는 이웃종교와의 대화나 세상의 문제 보다는 자기 문제에 집중해 왔던 게 사실이다.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에 쉬 손 내밀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자기 종교인을 향해서도, 타 종교와의 대화에도 이제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 종교가 생겨난 궁극의 목적에 충실한 본래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대화에 필요한 기술이 『밀린다왕문경』이라는 옛 책에 나온다. 기원전 2세기 후반 서북 인도를 지배한 그리스의 왕 밀린다와 인도의 고승인 나가세나 존자가 나눈 대화이다.
  밀린다왕이 자신의 신앙에 대해 과시하고 싶어서 나가세나 존자에게 대화를 요청하자 나가세나 존자가 물었다.“왕께서는 왕들의 대화를 원하십니까? 현명한 이들의 대화를 원하십니까?” 그러자 밀린다 왕이 다시 물었다.“왕들의 대화는 무엇이고, 현명한 이들의 대화는 무엇인가?”이에 나가세나 존자가 대답했다. “왕들의 대화는 자신의 주장에 맞지 않으면 눌러서 부정해 버리는 것이고, 현명한 이들의 대화는 남의 주장이라도 옳으면 받아들이는 대화입니다.”
  현대사회는 종교의 깨달음과 보살행에서 대안을 찾기보다 과학력과 정보력, 집단력에 의존한 사회다. 그 속에서 개인과 사회는 무한 경쟁으로 피폐해지고 있다. 아름다운 봄 숲처럼 가장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명한 종교인들의 대화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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