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2-01 19:15
내 마음에서 꺼내 쓰는 자유롭고 평화롭고 행복한 성품
 글쓴이 : 금강
조회 : 1,659  
  글쓴이 : 금강스님     날짜 : 2013-01-29 10:53    
  손님이 찾아오면 늘 건네는 것이 녹차 석 잔이다. 차를 한잔 건네며 색깔과 맛과 향기를 음미하며 천천히 마셔보라 권한다. 우리나라 작설차는 맑은 비취빛과 달고 부드러운 맛과 네 가지 향기(진향眞香 · 난향蘭香 · 청향淸香 · 순향純香)를 갖춘 것을 최고로 친다.
  가장 좋은 시기와 날씨에 찻잎을 따서 정성스럽게 덖어 만든 진차(眞茶)에 맛있고 좋은 물을 가려 은근한 불로 골고루 잘 익혀 끓인 진수(眞水)를 중정(가장 합당한 차의 양과 물을 넣음)하여 달여 내면 그 색과 향과 맛이 정점에 다다른다. 차 한잔 속에 참선수행에서 얻어지는 삼매의 맛과 같은 환희로움의 경지가 담긴다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다선일미(茶禪一味)라고 한다.
사람의 본래 마음자리는 뭘까요?
  중국 달마대사의 법맥을 잇는 육조 혜능대사는 자유로움과 평화로움과 행복함은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품이라고 했다. 그 성품은 무주(無住-머물지 않는다), 무념(無念-번뇌와 망상이 없다), 무상(無相-고정된 생각이 없다) 하다.
  가까운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고 가정해보자. 돈을 빌려주고 난 후에는 혹시 돌려달라고 재촉하거나 생색내는 것 아닌가 싶어서 친구 만나기를 꺼려할 수 있다. 상대방의 작은 행동이나 말 한마디에도 후회하거나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이것은 돈을 빌려주었다거나 도움을 주었다는 생각에 머물러 자유롭지 못한 데서 생겨난 행동이다.
  본래 마음은 번뇌와 망상 없이 늘 평화로운데 눈 귀 코 혀 피부가 대상을 만나서 좋은 것은 취하고, 싫은 것은 버리려는 분별을 끊임없이 일으킨다. 또한, 과거의 경험이 현재 나의 망상을 만나고, 이것이 다시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들을 확대 재생산한다.
  옛날에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는 말이 있다.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볼 때에도 눈은 활자를 따라가는데 눈에 들어오는 단어에 따라 다른 생각에 빠져 집중이 안 되는 경우도 그렇다.
집착하는 마음에서 혼란과 불행이 온다
  또 한가지, 여기 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버지가 웃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노래 부르기도 한다. 그런 아버지가 앞에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아버지를 보면서 가장 좋아했던 때의 아버지와 친구의 아버지, 그리고 소설책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이미지를 덧씌워 좋은 아버지라 부르기도 하고, 나쁜 아버지라 이름 붙이기도 한다. 내 관념이 만들어낸 아버지의 이미지가 진짜 아버지로 둔갑해버리는 것이다. 어디 아버지뿐인가. 선생님 남편 아내 아들에 대해서도 내 요구대로 만들어진 상(相)을 기대한다. 그 상이 늘 만족스러울 수 없기에 실망과 갈등이 생겨 불행해지는 것이다. 색안경을 쓰고 세상이 노랗다 빨갛다 하는 격이다. 색안경을 벗으면 해결되는데 그걸 모르는 것이다.
  이렇듯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끼어 어두운 것처럼 우리가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집착하는 마음과 복잡한 생각과 고정된 생각은 우리를 얽매이고, 혼란스럽고, 불행하게 왜곡시킨다.
  우리는 밖으로도 분주하게 찾는다. 나에게 자유로운 시간과 공간은 어디에 있는가. 달력의 붉은 글씨, 배낭 메고 세계 일주하는 때, 학교 졸업 후, 아이들이 결혼 한 다음일까? 나에게 평화로운 곳은 어디에 있는가. 안정된 내 집이나 방, 남들이 나를 무시하거나 간섭하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일까? 나에게 행복한 시간은 언제인가. 멋진 옷을 입고 칭찬하는 소리를 들으며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영화 한 편을 보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일까?
  차를 마실 때 순수한 색과 향과 맛을 우려내듯이 머물지 않는 성품에서 자유로움을 찾고, 번뇌와 망상이 없는 성품에서 평화로움을 찾고, 고정된 생각이 없는 곳에서 행복을 찾는다. 오늘 아침 작설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오롯이 색, 향, 맛의 삼매에 든다. 군더더기 없는 다선일미의 경지다. 참 성품의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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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순 13-02-06 16:26
답변 삭제  
참사람의 향기 8시 다도시간, 겨울의 이른 아침 찬바람을 맞은 후에 만져본 찻잔의 따뜻함에 추위를 녹이고 우러난 색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열고 코끝으로 전해오는 향기에 마음을 녹이고 그리고 마셔본 첫 맛은 더 이상 좋을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스르르 눈을 감고 음미하게 합니다. 혹시 이 순간이 스님께서 말씀을 하셨던 무주, 무상, 무념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고연심 13-02-15 22:10
답변 삭제  
변집견. 제가 다니는 절 주지스님의 지난 일요일 법문 중 제 가슴에 남아있는 말인데 딱 맞는 단어인거 같습니다.
변집견 때문에 苦가 생기고 苦 때문에 집착과 욕심이 생기고 그 욕심 때문에 변집견이 또 생기고...
복을 짓는 것이 변집견에서 벗어나는 길이고
자아소멸을 위해서는 오로지 기도뿐이라 하셨는데 그 기도 역시 욕심이 앞섭니다.
차 한잔 천천히 마시고 머리속 복잡을 떨치려고 백팔 참회문을 큰소리로 읽어봅니다.
마음을 다한 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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