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6 23:08
삼년안거 수행일기 6
 글쓴이 : 금강
조회 : 2,283  
 
차별없는 식사법이 차별없는 삶을 만든다
 
얼마 전
대중스님들과 점심공양을 마친 자리에서
반찬그릇에 남아있는 한 두개의 연근튀김과 감자찜을 보고는
잔소리를 했다.
 
이대로 반찬이 나가면 밥상을 차린 사람이나
음식을 만든 공양주들이 많이 실망 할 것이다
 
이 음식 하나에서 연기법을 보아야 한다
잘 먹은 음식에서 보살심이 나온다
 
한 그릇의 밥이나 반찬에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의 정성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정성
산중의 절에까지 찾아와 시주한 사람들의 정성
한여름 뙤약볕에서 채소를 기르는 농부의 정성
씨알 한 톨이
따사로운 햇살을 만나고,
목마름을 적셔주는 비를 만나고,
싹을 틔어주는 싱그런 바람을 만나고,
영양분 많은 부드러운 흙을 만나서
깨어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기까지의 정성이 들어있다.
 
이런 연관성을 알게 된다면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 감사하다는 생각 속에는
이 음식을 먹고 나도 다른 이들에게 나누는 삶을 살겠다는 마음이 들어있다.
생각은 행동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연기적 관계를 알면 감사한 마음이 나오고, 보살심이 나오는 것이다.
 
오늘 마침
MBC다큐 프라임에서 한문학당 학동들의 발우공양 촬영을 하러왔다.
인터뷰 도중에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밥을 먹는 습관이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늘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편식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먹듯이
일상생활에서도 좋아하는 사람의 유형이나 좋아하는 일들만을 고르는 버릇이다.
한 가지 것을 고르면 나머지는 갈등의 요소가 된다.
 
싫어하는 음식이 나오면 짜증을 내듯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나 일들이 다가오면
화를 내거나 짜증스런 마음이 일어나는 것처럼.
 
밥을 먹는 일은 숨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쉼 없이 이어온 행동이다.
 
밥을 먹는 습관이 바뀐다면 반드시 삶의 방식도 바뀐다.
 
한문학당에서는 특히 밥 먹는 습관을 조절하도록 하루 한 끼는 발우공양을 한다.
골고루 먹을 만큼의 양과 밥 한 톨도 남기지 않는 청정하고 고요한 식사법이다.
 
미황사는 집에서 멀다.
부모님과 통신도 면회도 안된다.
오직 자신의 의지로 지내는 독립적인 시간이다.
 
7일간의 시간이 짧지만
차별 없는 좋은 습관을 교육하기에는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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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 14-01-07 08:04
답변 삭제  
아침에 일어나 문득 ..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일때문에 바빠 나랑 맘껏 놀아주지않는 아빠가
긴 휴가를 내어 나의 눈높이에 맞춰 오롯이 나와 놀아줄 때 누리는 기쁨이랄까?
느껴지는 따뜻한 사랑이랄까?

스님의 수행일기를 매일 챙겨읽는 저의 마음이 그래요

받는 사랑이 하도 따끈따끈하여 ㅋㅋ
저도  다른 이에게 나눠주고싶어..

..설레는 아침입니다
현탁 14-01-07 19:07
답변 삭제  
감사합니다.
스님의 수행일기가 그대로 저에게는 법문입니다.
저도 같이 안거하는 마음으로 일상에서 살아가겠습니다.
옥수수 14-02-25 14:54
답변  
차별없는 식사법이 차별없는 삶을 만든다.
스님의 삶 자체가 진정한 수행 이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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