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5-30 11:24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모순을 슬퍼하라
 글쓴이 : 금강
조회 : 982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모순을 슬퍼하라
만남, 인터뷰/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월간 불광 양동민
 
 
2014년 대한민국의 봄은 온통 슬픔으로 물들었다. 모두가 아팠다. 아프고 아프고 또 아팠다. 빤히 바라보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더욱 미안했고 가슴이 미어졌다. 그래도 누군가는 망연자실한 희생자 가족의 곁을 지키고 위로가 돼주어야 했다. 불교계도 간절한 마음을 담아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모두가 극도의 충격을 받아 무엇부터 해야 될지 모를 때, 신속하게 재난구호봉사본부를 꾸려 희생자 가족의 가장 가까이에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그 뒤에는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의 숨은 노고가 있었다.
 
 
끝까지 남아 희생자 가족과 함께하려 합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튿날 한달음에 진도로 달려가, 불교계의 역량을 모아 초기 지원 체계의 토대를 마련하셨습니다. 당시 상황은 어떠했습니까?
=미황사에서 저녁이면 관매도와 팽목항 사이로 지는 노을이 아름다워 늘 바라보던 곳이 진도의 바닷가입니다. 아이들이 그곳 차가운 바다에서 떨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막상 가보니 상황은 더욱 처참했어요. 배가 침몰하는 전 과정을 그대로 실시간으로 바라보면서, 또 뻔히 아이들이 저 안에 있는 걸 알면서도 아무 것도 못하고 바라만 보는 부모들의 비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죠. 다들 극도로 예민해지고 격해져 있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때는 기도도 할 수 없고 그저 눈치만 보고 있는 거예요. 누구 한 명 밥도 안 넘어가는 상황이죠. 그래서 준비해간 모시개떡을 비구니스님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정성껏 나눠줬는데, 그 눈빛을 보면서 거부하지 않고 받아서 먹는 거예요. 마침 해인사 스님들이 죽을 써와 조그만 그릇에 옮겨 담아 비구니스님이 전했더니 그것도 먹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는 비구니스님들한테 전부 문자를 보냈어요. 떡과 죽을 나눠주고 상담할 수 있는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정말 귀한, 보석 같은 스님들이 와주셨어요. 이후 진도사암연합회와 호남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조계종재난구호봉사본부를 꾸리고 지원 체계를 만들어나갔죠. 당시 제가 페이스북에 글을 몇 번 올렸더니, 어느 스님이 미황사에 전화해서 제 계좌번호를 묻고는 그걸 스님들 사이에 퍼트렸나봐요. 그렇게 해서 지원금이 수백만원 모여 초기에 부스와 임시법당을 만드는 등 지원활동에 큰 힘이 됐습니다.
 
 
-매뉴얼에 있는 것도 아닌데 불교계 지원활동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그 어느 때보다 잘 이뤄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떤 지원활동이 있었나요?
=처음부터 뭘 하겠다고 계획을 세운 게 아니라 물 흐르듯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준비하며 딱 맞아떨어졌어요. 어떤 재난이 있을 때 모범사례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지역 주지스님들이 앞장서서 하니까 군청직원들을 비롯해 지역주민들이 모두 나서서 도움을 주고, 밥이 안 먹힐 때 비구니스님들이 떡과 죽, 누룽지를 제공해 준 것도 적절했죠. 그리고 어느 순간 이제 사람들이 기도할 공간 필요하겠다 싶어 그 시기에 맞춰 진도실내체육관에 법당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 팽목항 쪽으로 이동하면서 그곳에도 법당을 만들었어요. 가만 보니 실종자 가족들이 낮에는 바깥으로 안 나오는데 저녁에는 나와요. 그래서 다른 자원봉사 부스는 저녁에 다 철수하더라도 우리는 밤 12시까지 지키자고 했죠. 그렇게 차츰 부모들이 우리 부스에 들러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드시고 스님들과 이야기도 하며 법당에 들러 기도도 하게 된 거죠. 부모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의 위안을 얻으며 직접 소원지를 써서 법당에 걸어놓기도 합니다. 기도할 때 염주가 필요하겠다 싶어 불교문화사업단장 진화 스님에게 이야기했더니 108염주 100개를 보내주셨어요.
법당에서는 스님들이 릴레이기도를 하고 있는데,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목탁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스님들의 동참이 이어져 서로 한 시간이라도 기도하려고 줄을 잇고 있어요. 그리고 시신이 하나둘 수습되면서 신원확인소에 스님들이 부모들과 함께 들어가 위로하며 슬픔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난 부처님 오신 날에는 이들의 원망스런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풀어줄까 고민하다가, 하얀 풍등 500개를 준비해 희생자의 이름과 사연을 적어서 팽목항 하늘에 띄웠어요. 풍등이 하늘을 날자 처음엔 영원히 떠나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굉장히 아팠겠지요. 그런데 풍등이 멀어지면서 혼자가 아닌, 밝은 불빛이 모여서 다함께 가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조금은 위안을 얻으셨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민간 잠수사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에요. 바다에 다녀온 실종자 가족들이 잠수사들 고생이 많다며 먹을 것을 부탁해, 5일에 한번씩 200만원 상당의 음식을 보내주고 있어요. 앞으로 언제까지 장기화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끝까지 남아 희생자 가족과 함께하려 합니다.
 
 
-‘세월호 쇼크에 대한민국이 올스톱됐다는 표현이 있듯이, 전 국민이 비탄에 잠겨 무력감에 빠졌습니다.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이건 슬픔이거든요. 정말 슬픈 일이죠. 그런데 그냥 슬픔이 아니라 한국사회 총체적인 모든 모순이 다 드러나는 슬픔이에요. 자세히 보면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분야가 다 죽어버린 슬픔입니다. 책임자인 선장의 잘못된 선택, 일본에서 폐선된 배를 들여와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증축한 일, 먼저 생명을 살려야 하는데 책임과 비용 논란으로 그 귀한 시간을 놓쳐버린 것 등 편법과 불법으로 인한 허술함이 이루 말할 수 없죠. 그 모든 원인에는 돈이 개입되어 있어, 사람이나 생명의 가치보다 물질에 대한 욕망이 우선순위에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세월호 사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거예요.
그 허술하고 잘못된 부분들을 덮거나 모른 척하거나 돌아가려고 하면 안 됩니다. 감추려 하고 남 탓 하려고 하면 오히려 그것이 독소로 남아서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슬퍼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슬픔을 인정하고 슬픔을 딛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슬픔을 딛고 일어서려면 지혜와 자비가 필요해요. 지혜는 연기적 관계성을 확연히 아는 거예요. 모든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며 같이 함께 슬퍼하는 것이죠. 그런 아픔과 슬픔을 다독거리고 보듬어 안는 것이 자비입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분별의식의 최고치인 무한경쟁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당당하게 자기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올바른 곳으로 향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해요.
 
 
마음의 고향은 어디에 있는가?
 
-미황사에도 120여 년 전 큰 참사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이후 100여 년간 쇠락의 길을 걸었는데, 이번 세월호 사건과 비교해 교훈이 될 것 같습니다.
=120여 년 전 미황사 군고패軍鼓牌가 중창불사에 필요한 불사금을 마련하기 위해 청산도로 가다가 배가 침몰하여 40여 명이 죽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미황사 중창불사가 중단되고 이후 쇠락을 거듭했어요. 시골 바닷가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참사가 자기들한테도 닥칠까봐 입에 담기도 두려워했어요. 쉬쉬하고 덮어버리고 미황사 가는 발길조차 끊어버린 거죠. 그래서 100년 가까이 폐사처럼 방치되어버린 겁니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모든 걸 드러내고 수륙재라도 열어 그것을 기화로 회복을 했더라면 다시 일어섰을 텐데, 모두가 감추고 외면하니 쇠락하게 된 거죠. 큰 일이 닥치더라도 드러내서 인정하고 슬퍼하고 다시 시작하면 극복이 됩니다. 지금의 미황사가 살아난 것은 아픈 역사와 현재 있는 조건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해 꼼꼼한 불사를 했기 때문이에요.
 
 
-미황사가 지난 20여 년간 아름다운 건축불사와 괘불재, 한문학당, 템플스테이, 참사람의 향기(재가자 참선 집중수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산중사찰의 모델로 자리매김했으며,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은 절 중 한 곳으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그 마음을 잘 읽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 사람들이 불교에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에 따른 불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자신이 못 가지고 있는 걸 원합니다. 우리 사회가 경쟁이 심하고 치열해질수록 더욱 원하는 것은 평화로움, 행복함, 자유로움 등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것들이 외부적 조건들에 의해 충족된다고 생각하니 힘만 들고 얻질 못합니다. 사람이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성이 생로병사인데, 부처님은 생로병사에서도 해탈할 수 있는 가르침을 주셨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생로병사는 제쳐놓고라도 자신의 환경, 타인과의 관계성 속에서 일어나는 고에 얽매어 있어요. 내 것만 옳다고 주장하고 라는 성을 점점 쌓아가니, 결국 그 안에 갇히고 외롭고 우울해지는 겁니다.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데 소모하는 에너지가 너무 많은 거죠. 이러한 고민과 괴로움은 부처님 가르침을 조금만 이해해도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무아無我의 가르침만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교계도 빨리 내부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21세기 현대에 맞춰 세상이 요구하는 틀로 바뀌어야 사회적 역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전법과 포교, 수행하는 스님들이 마음껏 원력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또 그분들이 빛나야 후배스님들의 이정표가 되어 한국불교가 빛날 것입니다. 불교계가 사회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했을 때 불교의 역량 또한 커집니다. 이번 진도에서의 지원활동도 그래요. 소극적이었으면 역할할 게 아무 것도 없어요. 가만히 지키고만 있는 거예요. 적극적으로 하니까 부모들이 찾아와 상담하고 의지처가 될 수 있었던 거죠.
 
 
-올해 11일부터 3년 수행결사를 시작하며 많은 소임을 내려놓으셨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미황사 주지 맡으면서 3년 천일기도 하고 여러 프로그램들을 하며 몇 년 살다보니, 주변에서 외부활동에 대한 요구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원하는 곳에 다 가서 한번 해보자 하고 한 5년 지나니 직책이 13개나 되는 거예요. 1년에 2/3는 절에 있지 않고 돌아다닌 거죠. 그러면서 내린 결론이 내가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3년 수행결사를 시작했고, 같이 할 사람을 모집해 현재 76명이 동참하고 있어요. 석 달씩 12번의 재가안거를, 매일 아침 5시에 한 시간씩 정진하고 108배 하며 하루 1,000원씩 보시하는 형태입니다. 매 안거 시작하는 날은 미황사에 모여 같이 정진하고 매일 수행록을 작성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한 달에 2번은 참사람의 향기를 비롯해 78일 이상의 프로그램을 하려고 해요. 또한 홍천에서는 1년에 2번 무문관 프로그램을 열고, 수도권에서 가까운 서산에 수행도량을 마련해 그곳에서도 수행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참사람의 향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면, 시간을 내기 위해 날짜를 꼽아 일이년 고민하다 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떤 사람은 사표를 내고 오기도 하구요. 정말 간절한 사람들이 많은 거죠. 그런 사람들과 부딪히며 어떤 생각을 갖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고, 수행을 통해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자기 것이 되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한국사회에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면서 농촌사회도 다 붕괴되고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 없어졌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미황사처럼 천년 넘게 이어온 절들이 많아요. 천년 동안 살아있는 생명인 거죠. 이것은 엄청난 큰 힘입니다. 사람들에게 주는 그 안정감은 대단한 거죠. 앞으로 미황사를 수행도량으로 완전히 정착시키고, 그 역할을 제가 한 곳에서 오랫동안 할 수 있다면 진국이 좀 우려나오지 않겠나 싶습니다.
 
. 양동민
사진. 최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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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oche 18-06-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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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스님~

체게바라와 금강스님이 겹쳐집니다.~^^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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