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5-30 11:33
세월호, 스님 40명 숨진 120년 전 비극 보는 고통
 글쓴이 : 금강
조회 : 1,284  
세월호, 스님 40명 숨진 120년 전 비극 보는 고통
(해남=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 사고 직후부터 진도서 매일 예불·치유상담
"불교, 세상 흉내 그만두고 지혜·자비 나누게 조직의 틀 바꿔야"
 
"관매도와 팽목항 사이로 지는 저녁노을이 아름다워 바라보던 저곳. 이제는 노을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꽃같은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떨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남의 아픔이 아니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난달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달마산 자락에 자리 잡은 미황사는 우리나라 육지의 절 가운데 최남단에 있다. 진도 앞바다의 사고 현장이 직접 보이는 유일한 사찰이다.
 
지난 2일 미황사에서 만난 금강 스님은 사고 당일 밤을 꼬박 새워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할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었다.
 
"야간 구조작업을 위해 쏘아 올리는 조명탄 불빛을 보면서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 많은 인원이 바닷속에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잠자리에 들 수가 없었어요."
 
진도 앞바다를 내려다 보는 미황사도 이번 참사처럼 가슴 아픈 역사를 지녔다.
 
749년 창건된 미황사는 임진왜란 이후 서산대사 제자들이 살게 되면서 승군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군고패(軍鼓牌) 전통이 이어졌다. 그러다 지금부터 120여년 전 미황사 군고패가 중창불사에 필요한 시주를 위해 청산도로 공연을 가던 도중 배가 침몰해 스님 40여 명이 숨졌다.
 
암자만 12개에 달할 정도로 큰 절이었던 미황사는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100여년 동안은 스님 한 명만이 절을 지켰다. 전각도 대부분 무너지고 두 채만 남으면서 폐찰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1989년 금강 스님이 은사 지운 스님을 모시고 온 뒤 중창불사가 다시 시작됐다. 그 뒤로 금강 스님의 사촌사형 현공 스님이 10년 넘게 불사를 맡았고 지금도 불사가 진행 중이다.
 
"큰 사건은 완전한 치유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미황사는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진 만큼 도량 재건과 함께 많은 이들에게 힘과 위안을 주려고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황사가 템플스테이와 함께 한문학당, 일반인 참선 집중수행 등에 힘을 쏟는 이유다.
 
금강 스님은 세월호 참사 다음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고 그날부터 매일 진도를 오가고 있다. 오전에는 수행과 초파일 준비 등 절 일을 보고 오후에는 진도로 건너가 피해자 가족을 상담하고 예불을 올린다.
 
상담하러 오는 피해 학생 부모들은 아이들 사진을 품에 꼬옥 안고 찾아온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이제는 시신만이라도 온전한 상태로 찾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배가 가라앉는 걸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은 시간이 흘러도 떨치지 못한다.
 
이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려는 진도 스님들과 대흥사·송광사·화엄사·백양사 스님들이 팽목항과 체육관 옆에 임시 법당을 차렸다.
 
전국의 비구니 스님들도 달려와 밥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죽과 떡을 나눠주고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있다.
 
금강 스님은 자녀를 떠나 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삼국유사의 혜충국사의 일화에서 찾는다.
 
"한 소년이 시냇가에서 놀다가 어미 수달 한 마리를 죽이고 뼈를 버렸습니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뼈가 사라진 거예요. 핏자국을 따라가 보니 예전에 살던 굴로 돌아가 새끼 다섯 마리를 품고 있더랍니다. 자식 잃은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이번 참사를 온 국민과 전 세계인이 자기 일처럼 여기고 안타까워하는 건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주만물이 연기(緣起)의 관계로 맺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금강 스님은 설명했다.
 
그는 생명과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돈과 책임 소재를 중시하는 풍조를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우리의 총체적 허술함이 드러난 겁니다. 직접 연관된 사람들이 좀 더 진실했으면, 첫 단추가 잘못 됐더라도 한 명이라도 더 건져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거예요. 이제라도 진실한 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는 "누구를 타깃으로 삼아 처벌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면서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생명,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제도든 매뉴얼이든 올바로 만들고 제대로 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강 스님은 대립과 경쟁, 갈등이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일반인들도 산중 스님들 못지않게 수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은 양극화, 노사갈등, 사회적 갈등, 남북대결 같은 대립이 많아요. 이런 갈등과 생로병사의 고통을 이겨내고 평화롭게 사는 지혜를 갖추려면 자기성찰과 수행이 필요합니다. 수행 없이 남들만 쳐다보고 살면 남들이 뛰면 그냥 덩달아 뛰면서 살 수밖에 없어요."
 
해남이 고향인 금강 스님은 고 1때 물리 선생님이 준 불교 관련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대흥사 지운 스님을 은사로 열일곱 살에 출가했다.
 
1987년 광주 금남로 원각사에 있을 때 5·18 광주민주화운동 7주기 행사에서 경찰이 대웅전 안에까지 최루탄을 쏘아대는 것을 보면서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중앙승가대 시절 승가대신문 편집장을 맡았고,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때는 승가대 총학생회장이었다. 범종단개혁추진회 공동대표로 개혁 작업에 참여했고 전국불교운동연합 부의장 일도 했다.
 
백양사 서옹 스님을 모시고 일반인을 아우르는 선() 공부모임 무차선회(無遮禪會)와 참사랑운동을 기획해 한국의 간화선 대중화, 세계화에 힘썼다.
 
2000년부터 미황사 주지를 맡고 있는 금강 스님은 스님들을 교육시키는 조계종 교육아사리(참여불교 분야)이기도 하다.
 
종단 개혁에 직접 관여했던 만큼 20주년을 맞은 소회도 남다르고 강력했다.
 
"21세기에 맞는 불교로 거듭나려면 조직의 틀을 새로 짜야 합니다. 세상이 불교에 원하는 건 지혜와 자비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처럼 행정이 아니라 포교와 전법, 교육을 중심에 둬야 합니다. 그 첫 걸음은 총무원 폐지입니다."
 
총무원 대신 행정원을 두되 전법과 교육을 돕는 지원 기능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또 승가에 맞지 않는 조직인 중앙종회를 없애고 감찰원, 참회원을 신설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계율을 위반하면 감찰원에서 철저히 감사하고 참회원에서 참회, 수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금강 스님은 "종교가 세상을 흉내 내고 따라가면 권력형 이익집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지혜를 전달하고 자비를 실천함으로써 세상에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안의 자비심을 회복하고 남을 따뜻하게 감싸 안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각자의 허술한 마음을 기초부터 하나씩 짚어보자"면서 법구경의 한 구절을 소개했다.
 
'개옥불밀 천우즉루(蓋屋不密 天雨則漏) 의불유행 음일위천(意不惟行 淫<삼수변+>爲穿). 허술하게 이은 지붕은 곧바로 비가 새듯이 수양이 없는 마음에는 탐욕의 손길이 쉽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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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oche 18-06-2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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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냉철하고 따뜻한 지혜와 자비가 비처럼 내립니다.

어떤 사건을 어떻게 직면하는가의 문제는 중요합니다.

스님의 시선이 높고도 거룩합니다.

진정
현시대의 스승으로 우뚝 서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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