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1-24 06:05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이다
 글쓴이 : 금강
조회 : 1,630  







불교금강 스님의 선담 禪談. 불광 2015. 1월호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이다 

. 금강 스님 

의 시작은 자신에 대한 믿음

산도, 들도, 나무도, 스님들도 동안거에 들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야 잘 성장 할 수 있다. 이때 주저앉거나 피한다면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꽃 피는 봄은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오랫동안 산에 살다보면 산의 아름다움과 변화들을 가슴으로 바라보고 좋아한다. 그렇다고 산이 날마다 환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안개에 싸여 산이 보이지 않을 때도 많다. 이럴 때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미안하다. 마치 무언가 소중한 것을 나만 보고 남에게는 감춰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처음 온 사람에게 안개속의 산을 설명할 길이 없다. 잘 찍은 사진을 보여줘도 실감하는 표정은 아니다. 산이 안 보인다고 없는 것은 아닌데. 구름에 싸여 있으면 그저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 할 뿐이다. 임제 선사(? ~ 866)의 시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옳거니 그르거니 따지지 마오.

산도 물도 그대로 한가하니

서방 극락세계 묻지도 마소.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是是非非都不關 시시비비도부관

山山水水任自閑 산산수수임자한

莫問西天安養國 막문서천안양국

白雲斷處有靑山 백운단처유청산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이 그대로 드러나듯 마음도 또한 그러하다. 흰 구름과 같은 번뇌는 우리가 매순간 만드는 것들이다. , , , , 피부, 분별의식에서 쏟아지는 욕심과 나와 내 것이라는 생각에서 오는 갖가지 감정들(칠정七情-기쁨, 성냄, 슬픔, 즐거움, 미움, 두려움, 사랑)과 과거의 경험들이 무의식에 저장이 되고, 그 경험들이 하나의 고정된 생각이 되어 현재의식을 방해하는 구름이 된다. 화엄경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시고 처음으로 내놓은 말씀이 있다.

기이하고 기이하구나. 일체중생이 여래와 같은 지혜智慧와 덕상德相(자비심)이 있건만 분별망상으로 인해 알지 못하고 있구나.’

이 말씀은 누구나 본래 부처라는 선언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 내용은 중국선종의 초조 달마대사의 어록에도 나온다.

중생과 성인은 동일한 진성眞性(참성품)을 가지고 있다. 다만 중생은 객진번뇌로 말미암아 그것을 모를 뿐이다. 객진번뇌를 없애려면 벽관을 통해 알 수 있다.’

수행을 통해서 번뇌 망상을 내려놓으면 성인과 그 깨달음이 같다는 말이다. 얼마 전에 태국의 아짠 차 스님의 마음이라는 책을 본적이 있다. 그 책의 첫머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마음으로 말하자면 마음에는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다. 마음은 본래 깨끗하고 마음 안은 이미 고요하다. 요즘 들어 마음이 고요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마음이 감정을 따라갔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선의 스승들은 한 결 같이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의 본마음에 기준을 두고 그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이나 자신의 추측, 상상하는 생각을 과감히 버리는 무아無我적 관점과, 현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연관적 통찰인 연기緣起적 관점이 살아있어야 지혜가 나온다. 그런 지혜의 마음을 늘 살아있게 쓰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고 평화롭고 자유자재한 삶으로 가꾸는 것이다. 결국에 모든 대상의 본질을 본다는 것은 밝은 눈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사람들의 행동에서 맑은바람을 보라

눈이 많이 내렸다. 남쪽이라 일찍 핀 동백꽃들이 눈 모자를 썼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랫마을에 사는 중학교 3학년 태극이와 엄마가 찾아왔다.

스님! 우리 태극이가 얼마 전에 군산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이 결정되어 지금 그곳에서 축구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날마다 가위에 눌리고 슬럼프에 빠져있어요.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방법이 없을까요?”

태극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는데, 제법 축구를 잘하여 읍내 중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군산의 고등학교로 일찍 스카우트되어 간 촉망받는 축구 유망주였다.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고등학교에 가게 됐는데 중학교 때의 경험들과 비교하게 되고, 자신이 꿈꾸어왔던 고등학교 축구선수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서 불만스러움이 교차하게 된 것이다.

먼저 긴장을 푸는 것이 좋겠다. 새로운 학교와 감독선생님, 낯선 친구들의 행동에 주눅이 든 마음을 내려놓아라. 모두가 너를 돕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 외롭다 생각하지 말고 조용히 앉아라. 숨을 깊게 들여 마시고 여기 단단하고 생생하게 살 아 있음을 느껴라. 친구들의 좋은 점들을 찾아내서 따라하고 칭찬을 해라.”

새로운 곳에서 느꼈을 낯선 긴장과 더 잘하고자하는 욕심, 과거의 친구들과 비교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전하자 태극이의 눈빛이 금방 살아나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다. 태극이의 눈빛을 보면서, 처음의 위기가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 활발발 자유자재하게 축구를 하고 친구들의 밝은 장점들을 찾아내며 자비심 가득한 축구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은 자신을 신뢰하게하고, 가장 근본 마음의 상태로 되돌려주는 기능을 한다. 어느 곳에서 어떠한 대상을 만나도 비교하는 마음과 추측과 상상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현재적 관점을 갖게 해주기 때문에 행동은 밝고 사고는 자유로워진다. 조선시대 최고의 시인인 소요 스님(1562~1649)은 이렇게 깨달음을 노래했다.

 

개개의 얼굴이 밝은 달처럼 환하고

사람마다 발아래 맑은 바람 불고 있네.

거울마저 깨뜨리니 흔적조차 없어라.

한소리 새 울음에 가지위에 꽃이 피네.

 

箇箇面前明月白 개개면전명월백

人人脚下淸風吹 인인각하청풍취

打破鏡來無影跡 타파경래무영적

一聲啼鳥上花枝 일성제조상화지

 

우리의 본래마음은 청정하고 진실해서 밝은 달처럼 환하다. 개별의 사람이나, 사물이나, 일에서 그 본질을 그대로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의 장점이나 사물의 아름다움이나 일의 실마리들을 자세히 볼 줄 알게 된다.

사람마다 행하는 행동들도 누구나 진실하고 자신의 노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지혜롭게 보는 것이다. 지난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추측을 모두 내려놓는다면 그 사람의 행동 하나, 한 마디 말이 사람을 살리는 자비가 된다는 시구이다.

이란 마음을 챙기는 정념正念을 통하여, 고요한 마음의 상태인 정정正定에 이른다. 그 고요한 선정의 마음이 경계를 만났을 때 통찰의 지혜가 나오게 된다. 이 통찰의 지혜가 실천에 옮겨졌을 때 자비심으로 나타난다.

매월 미황사에서는 이십 여명과 8일 동안 참선집중수행을 진행한다. 수행을 마치고난 다음날, 새벽 텅 빈 선방에 홀로 좌복에 앉으면, 화두가 깊어지고 금방 정정正定이라는 이름의 상태를 느끼게 된다. 초심자들을 위한 참선지도를 할 때에는 항상 본래부처라는 대신심大信心을 먼저 강조를 한다. 상대에게 하는 말이 결국에는 나에게 하는 말이라서 수행을 마치고는 내 스스로 더 깊어지고 향상되어 있음을 본다. 밝은 겨울 햇살 가슴에 가득 담고 추운 겨울을 귀하고 따뜻한 수행의 시간으로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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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연 15-04-20 06:23
답변 삭제  
이 필드는 반드시 기재해야 합니다.
epoche 18-04-16 17:59
답변 삭제  
...(),,,

오늘도 감로수 한 잔 마시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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