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2-05 20:32
나를 낮추면 모든 것이 스승이다
 글쓴이 : 금강
조회 : 1,590  

불교금강 스님의 선담 禪談. 불광 2015.2월호

 

나를 낮추면 모든 것이 스승이다

. 금강 스님

 

새벽 예불시간, 대웅전에 앉아있으면 고요함과 깨어남이 동시에 다가온다. 새벽을 흔드는 목탁소리는 느릿한 발걸음과 또박또박 들려오는 청아한 염불소리에 실려 산 숲과 바람과 새들을 깨운다.

동방에 물 뿌리니 맑아지고, 남방에 물 뿌리니 청량해지고, 서방에 물 뿌리니 정토가 되고, 북방에 물 뿌리니 평안해지네. 도량이 청정하여 더러움 없으니, 삼보와 천룡이여 강림하소서

 

일쇄동방결도량 一灑東方潔道場 이쇄남방득청량 二灑南方得淸凉

삼쇄서방구정토 三灑西方求淨土 사쇄북방영안강 四灑北方永安康

 

그 뒤를 이어받아 108번의 소종 소리는 청량하다.

 

산당에 고요한밤 말없이 앉았으니, 적적하고 요요한 것 본래가 자연이로다. 어찌하여 서풍은 동쪽 숲에 불어드는가. 한 소리 찬 기러기 구만리장천 울리는구나. 나무아미타불.’

 

산당정야좌무언 山堂靜夜坐無言 적적요요본자연 寂寂寥寥本自然

하사서풍동림야 何事西風東林野 일성한안여장천 一聲寒雁唳長千

 

끊어질 듯 이어지는 새벽예불은 범종소리로 산과 법당과 몸을 울림으로 가득 채운다. 뒤이어 과거, 현재, 미래의 스승들과 법을 가슴에 새기는 절, 발원문, 반야심경으로 맺는다.

 

이런 새벽예불은 우리나라 곳곳의 절마다 천년을 넘게 이어오는 의식이다. 오랜 세월 이어오고 다듬어진 종교의식은 오늘의 우리들에게 그 자체로 수행자의 삶을 선물한다.

 

 

스무 살이 막 되던 설날에 해인사 행자실에 찾아들었다. 영하의 날씨와 다르게 십여 명 행자들의 푸릇함과 열기가 가득한 방이었다. 방 중앙에 오래된 색을 띈 단정하고도 엄숙한 글씨 한 점이 걸려 있었다. 지월선사의 하심下心이라는 글씨였다. 쌀 한 톨을 아끼고, 모든 스님들을 보살이라 높이고, 도를 이루고도 산을 지키는 산감소임을 사셨다는 일화 속의 스님인지라 글씨에 무게감이 더 했다. 글씨 한 점이 갓 출가한 행자들의 설익은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힘이 있었다. 먼저 걸어간 수행자의 삶과 수행이 담겨 있기에 묵직한 경책이었던 것이다. 그 글귀는 세상에 살 때 가졌던 욕망과 갈등과 긴장을 내려놓고 일순간 수행의 마음 가까이 다가가게 했다. 그 내려놓은 마음이 비로소 수행자로 시작하는 첫 마음이었다.

 

강원시절에는 매번 결제 시작 일부터 일주일 동안은 사찰예절 습의를 한다. 앉는 법과 차수하는 법, 절하는 법, 예불하는 법, 옷 입는 법, 발우공양 하는 법 등 대중생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을 6개월마다 배우고 또 배우고는 한다. 그 때는 반복해서 배우는 것이 불만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지금껏 내가 수행자로 한 길 걸어올 수 있는 바탕이 되었음을 느낀다.

 

참선을 하는 것은 참선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수행의 행위보다는 수행을 통해 지혜를 얻고 자비를 실천하는 삶에 목적이 있다. 오랜 세월 수행의 내용이 절집의 생활과 의식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 행위들을 습의 하는 것이 참선을 배우는데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스님들은 출가와 행자생활, 기본교육과정의 습의와 매일 절집의 생활수행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수행의 기초가 단단해진다.

그 중에 사찰예절은 오랜 세월 수행방법의 결정체이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이다. 수행은 욕심내는 마음과 화내는 마음, 고집스런 마음을 버리고 청정한 마음과 고요한 마음, 지혜로운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차수수행은 외부로 향하는 마음을 안으로 갈무리하여 힘을 모으는 방법이다. 차수는 평상시에 하는 자세로 걸을 때나 서있을 때, 앉아있을 때에 왼손 위에 오른손을 교차하여 자연스럽게 단전부위에 가지런히 모으는 자세이다. 수행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수행법이다.

 

우리의 감각기관인 눈, , , . 피부는 항상 밖의 현상으로 향하고 있다. 더욱이 현대사회는 욕망을 유혹하는 현란함이 극에 달하고 있다. 나를 살피기보다 밖으로 내달리는 마음을 낼수록 한없이 작아지는 자기를 만나게 된다.

 

그런 현대인에게 차수는 쉽고 간편하게 수행을 하도록 도와준다. 손 모양과 마음의 상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부처님들의 손모양인 수인에 따라 발원하는 내용이 각각 있듯이 사람들의 손이 밖으로 향하면 마음이 흩어지고 안으로 향하면 마음이 모아진다.

 

합장수행은 마음을 모으는 방법으로는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하루에 47천 가지의 생각을 한다는 뇌 과학자들의 발표처럼, 사람은 다섯 감각기관의 식과 분별의식, 자의식과 무의식을 통하여 매순간 생각이 산만하게 흩어진다. 열 개의 손가락을 하나로 모으는 행위를 통해 수많은 생각과 상대와 나, 본질과 현상이 하나가 되는 것을 경험한다. 또한 왼손의 다섯 손가락은 몸 내부의 다섯 장기(, 심장, , , 신장), 오른손의 다섯 손가락은 다섯 감각기관(, , , , 피부)과 연관되어 있다. 이 두 영역이 손을 통해서 하나로 모아져 가장 건강한 상태로 수행을 돕는다.

 

합장수행은 사람을 대하거나, 공양을 하거나, 법당이나 방에 들어서거나, 물건을 들 때 합장한 자세에서 허리만 앞으로 45~60°정도 기울인다. 순간순간 수행하는 마음을 스스로 새기고 상대방에게도 고요한 마음을 갖게 한다.

 

큰 절(오체투지; 五體投地) 수행은 자신의 관점을 내려놓는 무아無我수행의 최고의 방법이다. 인도에서는 스승이 외출하고 돌아오면 제자가 발을 씻어드리는 행동에서 유래한 절의 형태이다. 가장 높은 이마를 땅에 붙이고, 스승의 가장 낮고 더러운 발을 받들어 올리는 최상의 존경을 표시하는 몸의 동작이며 교만과 거만을 떨쳐 버리는 가장 경건한 예법이다.

 

우리나라의 오체투지는 몸의 다섯 부분인 이마와 두 팔, 두 무릎이 땅에 닿게 절을 하는 것이다.

 

이마를 땅에 대는 것은 나를 낮추는 마음인 하심下心이고, 욕심과 성냄과 고집을 내려놓는 다는 의미가 있다. 손을 받들어 올리는 것은 나는 없고 상대를 받들어 올린다는 것이며, 청정하고 고요하고, 지혜로운 마음을 담는다는 의미이다.

 

나에게 겨울 숲을 걷는 일은 수많은 스승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나무들에게는 겨울은 극복하기 힘든 가장 큰 어려운 시간일 것이다. 매서운 추위가 길어도 피하지 않고 단단하게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봄부터 애써 만들었던 수많은 나뭇잎도 미련 없이 떨어뜨린다. 그 나뭇잎들은 내 발밑에 떨어지기거나 다른 나무의 발밑에 떨어져서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반면에 사람들은 조금만 추워도 옷을 껴입거나, 조금만 어려워도 어찌할 바를 몰라 주저앉거나 피하는 방법을 찾는다. 말없이 나무가 매년 겨울을 이겨내어 꽃을 피우고 봄을 맞이하듯이 사람들도 나무처럼 어려울 때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면 나무가 바로 스승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수행을 한다고 하면서 좌복에 앉아있는 시간으로 수행의 시간을 말하고는 한다. 수 십 년의 안거와 출가수행이 아니어도 일상의 삶이 나를 낮추고, 모든 것을 스승으로 여기는 마음이면 이번 동안거는 작은 곳에서 큰 이득이 있을 것이다.

 

감히 말하고 싶다. 일상생활을 떠난 고고한 수행은 없다. 차수하고 걷는 일, 합장하고 인사하는 일, 새벽예불의 고요한 시간에 젖는 그 모든 일상을 여일하게 사는 일 그것이 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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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요셉피나 15-04-2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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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락

성불하세요.
똑같은 15-04-2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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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준짱 15-11-2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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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을 받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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