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2-19 22:06
절집이야기2-수행공동체
 글쓴이 : 금강
조회 : 3,856  
   02-.mp3 (5.4M) [5] DATE : 2008-02-19 22:20:55

불규칙적이고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살았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한심하게 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 내가 이렇게 살아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대라는 인생의 새로운 관문에 들어서는 이 중요한 시점에 지금이라도 나 자신을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해 그 방법으로 미황사에서 운영하는 7박8일 수행 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를 택했다.

 

참선을 하며 ‘이뭐꼬. 나는 무엇이냐’에 대해 끊임없이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순간 울컥하는 기운이 솟아올랐다.

‘과거에 얽매여 살아온 이런 아집과 번뇌가 가득한 것이 나냐?’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 속에는 분명 부처가 있고 진리가 있건만 그것을 바로 보지 못하고 겉돌며 살아온 나를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나 스스로가 한심하고 분해서,

진리를 속에 품고 있으면서도 눈이 어두워 진실 되게 그것을 바라보지 못하는 나 스스로가 억울해서 눈물이 나왔다.

한 번 나온 눈물은 하염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과 함께 내가 가슴에 담고 살아왔던 지나간 과거와 집착이 함께 흘러내렸다

그 시간 이후로 나는 화두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고,

방법을 알게 되자 더 또렷하게 화두에 집중할 수 있었고 더욱더 깊이 내면의 나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 화두수행을 통해 눈물도 흘리고 가슴 아파 하면서 진정한 나를 싸고 있던 번뇌의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낼 수 있었다.

이런 참선의 시간들을 거치고 나니 나 스스로 마음이 한결 가볍고 평온해지며 중심이 서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 2007년 8월 참사람의 향기 정민경 참가자 수행후기 중)

 

15년 전 쯤 어느 신문에 성지순례 글을 쓰기 위해 버마 수도 양곤에 있는 마하시선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승속의 구분 없이 모여든 수많은 수행자들은 날마다 그곳 스님들에게 수행을 점검 받았다.

그때 스님들이 보여준 자비로움은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었다.

게다가 자원봉사와 보시로 운영되는 수행처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2,500년 전에 일구신 승가의 모습이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라 여겨져 두고두고 부러웠다.

 

그 부러움은 우리나라에는 스님들과 일반인들이 함께 공부하는 수행공동체가 없다는 안타까움을 갖게 했다.

덕분에 나는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그런 수행처를 만들겠다.’는 서원을 품게 되었다.

 

20대 한 시절 열심히 정진했던 미황사에 주지 소임을 맡게 되면서 ‘꿈의 수행처’를 이곳에 세우기로 마음 먹었다.

문제는 어떤 형태로 운영할 것인가 였다.

‘일반인들도 마음을 내면 언제나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3박4일 또는 4박5일의 기간으론 무언가 성취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공부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시간과 공간을 극복하는게 중요하다.

시간을 극복 하는데는 7박8일이 적당하다.

일주일이라는 생활 리듬을 가진 현대인에게 7일에 하루를 얹어 8일 동안 수행을 하게 하면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효과가 있다.

또한 미황사는 우리나라 최남단 땅끝에 있어 심리적으로 생활공간에서 멀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공간의 얽매임에서 자유로워지고 나면 수많은 번뇌와 망상으로부터 놓여날 수 있는 법이다.

나는 미황사 주지이다.

살림을 살면서 나 또한 선방의 수좌들처럼 정진을 하고 싶다.

프로그램 운영자이면서 그것이 내겐 신실한 수행이어야 한다.’

 

생각이 그렇게 정리되자 평소 성격대로 별 망설임 없이 진행을 했다.

7박8일 동안 몇 명이나 참가 할 것인가,

과연 땅끝까지 와 줄 사람이 있을 것인가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나 혼자 정진하겠다고 마음을 정하자 도리어 편안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참가자가 없어 ‘참사람의 향기’를 진행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참사람의 향기’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시작한다.

지금껏 370명의 사람들이 미황사 좌복에 앉아 수행의 때를 묻혔다.

나는 수행의 시간이 다가오면 설레임 반 긴장 반의 마음을 갖는다.

이번엔 어떤 사람들이 찾아올까 싶어 설레고,

그들이 오롯이 자기를 만나는 내밀한 시간을 버거워하지 않을까 싶어 긴장한다.

하지만 그도 걱정할 일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충만한 마음으로 그들이 하산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욕심 부리지 않았다.

너무나 완벽한 자연 앞에서 나를 그대로 내어놓았다.

새벽부터 지저귀는 산새들의 장단과 새벽안개가 걷히고 나면 모습을 드러내는 아주 소담하면서 아름다운 발그레한 동백꽃까지.…

금방 깨달음을 얻지 못해도,

그 깨달음이 쉬이 내게 오지 않더라도 난 그저 행복했다.

말하지 않아도 진달래가 웃어주고,

동백꽃 주위를 맴도는 동박새가 노래해주는 그런 시간들,

내게는 모든 것이 행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스물다섯이라는 나이의 여자라는 사회적 시각은 이곳에선 무의해서 더 좋았다.

난 그대로의 나였기에,

또 지금 이 자리의 나이기에 나는 행복하다.

(2007년 3월 참사람의 향기 김진주 참가자 수행후기 중)

 

나는 겨울철에 공부하는 동안거를 좋아한다.

곰이 겨울잠에 들듯이 일체의 바깥 경계들을 뒤로하고 깊게 깊게 참선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바람을 몰고 미황사로 들어설 2월 ‘참사람의 향기’ 참가자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땐 미황사에 눈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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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여우 09-10-27 09:23
답변 삭제  
광양에서 순천으로 넘어가는 길 가 저 편 산등성이에
나뭇잎을 다 떨어뜨린 후
맨 몸으로 겨울바람 속에 서 있는 회색 빛 나무들을 보면서
 
'수행하는 스님들같다, 나도 저기 저 모습으로 서 있고 싶다'
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여름방학을 이용해
 '참사람의 향기'에 참가했습니다.

미황사를 다녀온 후,
매번 가고 싶다는 마음과 현실을 숨고르기 하면서
하얀 눈이 쌓이는 2월을 생각하고 있는 데...

이 글을 읽으니 어찌 그리도 스님마음이 제 마음같은지
울다가 눈물도 다 마르지 않은 체 빙그레 웃게 됩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세상 일이라지만
그래도 전 꿋꿋이
이번 2월 3째주에 눈이 많이 내리길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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